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류재화 옮김

문학동네 펴냄


르네는 나이 많고 별볼일 없는 과부이자 수위이다. 이 책은 그녀와 친구들의 우아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가 아니라서 쉽게 읽히지 않는다. 선뜻 추천하기는 힘든 책이다. 하지만 일단 손에 들었다면 끝까지 읽을 것을 강력히 권한다. 이 책의 가치는 마지막에 있다. 마지막을 읽지 않으면 아무것도 읽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은 마지막에 이르러 독자들을 위로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하찮은 삶일지라도, 그속에 우아함이 깃들 수 있다고 한다. 그냥 한번 살아보라고 한다.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우아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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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 헤는 밤


이명현 지음

동아시아 펴냄


천문학에 관한 주제로 엮은 수필집이다. 그런데 표현이 문학적이다. 글들이 짤막하고 과학적 지식의 깊이도 위협스럽지 않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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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이를 위한 책, 그러나 아무도 이해하지 않는 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박성현 옮김

심볼리쿠스 펴냄


원서에 대한 이해 없이 원어의 단어를 번역어의 단어로 치환하는 것은 번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역자는 자기가 이해한 내용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로 표현했다. 그런 점에서 훌륭했다.


역자는 원서를 <시>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제목도 '짜라투스트라...'나 '차라투스트라...'가 아니라 '짜라두짜...'이다. 시적 운율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시>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원서의 과장된 어투와 몽환적 전개가 납득된다. 번역 상의 장점이 하나 더 있다. 원래 이 책은 거의 모든 내용이 대화다. 역자는 대화의 맥락에 따라, 그러니까 말을 하는 사람과 그 말을 듣는 사람에 따라 어투를 달리한다. 시종일관 '...하노라' 식의 낯선 말투로 일관하는 다른 번역서들과 달리 이 책에 실린 대화는 알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모호하고 흐릿하지 않은 또렷한 니체를 만날 수 있다. 또렷하게 마주한 니체가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는 그 다음 이야기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짜라두짜)를 통해 신이 죽었다고 선언하지만, 그러니 마구 살아도 좋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을 초월한 더 나은 존재(초인)가 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며 살라고 한다. 고통스러운 삶이 무한히 반복되더라도 그것을 긍정하라고 한다. 어떤 철학자보다 도덕적으로 강경한 주장이다.

아직까지 니체가 낯설다. 몇 번 더 읽을 참이다.


참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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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화성에 혼자 떨어지고도 유머를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초인이었다. 초인적인 유머 감각과 냉철한 분석력으로 최악을 상황을 헤쳐나온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조난 당한 <한> 사람을 구조하는 것이, 그게 <한>명 뿐일지라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회가 있을까? 소설 속의 사회는 그랬다. 주인공의 나라(미국)만 그런게 아니라 소설 속 지구 위의 모든 나라가 그랬다. 삼백명 넘는 학생들을 한명도 구조 못하고도 유족들에게 온갖 악다구니를 퍼붓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괜히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멋진 번역이었다 (번역 별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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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옮긴

시경

 

김학주 편역

명문당 펴냄

 

삼천년 전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았을까?

시경은 삼천년 전 사람들의 연애시와 서사시를 담고 있다.

 

삼천년 전의 연애 감정은 지금과도 통했다. 충분히 애절했고 충분히 감미로왔다.

 

삼천년 전의 서사시는 나라의 흥망성쇠를 노래했다. 국력이 융성할 때가 있으면 쇠망할 때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래 속의 지도자들이었다. 삼천년전 서사시 속의 지도자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감당하는 자세를 보였다. 어찌 보면 염치를 모르는 지금의 지도자들 보다 나았다.

 

번역의 경우, 시의 맥락은 충분히 전달했지만 시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 그래도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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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인생론, 참회록 (합본)


톨스토이 지음

박병덕 옮김

육문사 펴냄


우리의 삶에는 "의미"라는 것이 있을까?
일견 진부하지만 결코 떨쳐낼 수 없는 이 질문을 톨스토이는 진지하고도 성실한 자세로 탐구했다. 우리는 흔히 동물적 자아의 생존이 삶의 전부라고 착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아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적대시하고 주위 생명을 착취한다. 하지만 "혼자만의 행복"도 "영원한 생존"도 절대 불가능하다. 우리는 타인이, 더 나아가 다른 모든 생명이 나와 이어진 존재이며 결국은 나 자신과 한몸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에리히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읽고 글을 배워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톨스토이 인생론>을 읽고도 같은 생각을 했다. <소유냐 존재냐>를 읽었을 때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었다. 사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톨스토이 인생론>을 읽고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은 것 같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인간은 잠시 존재했다가 반드시 사라진다. 하지만 그 짧은 삶 속에 영원한 의미가 있다.


번역이 다소 아쉬었다. 멋진 풍경을 흐린 유리창 너머로 보는 느낌이었다 (번역 별3 ★★★, 읽을만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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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이야기

블록, 픽셀, 페도라, 그리고 억만장자 되기

 

다니엘 골드버그, 리누스 라르손 지음

이진복 옮김

인간희극 펴냄

 

<마르쿠스>는 이혼한 부모 아래서 평탄치 않은 청소년기를 보낸다. 어려서부터 레고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던 그는 게임 개발자로서의 삶을 잘 개척해낸다. 괜찮은 게임회사에 입사해서 재능을 발휘하던 그는 틈틈이 자기 시간을 쪼개 만든 게임 <마인크래프트>로 세상을 흔든다. 레고 놀이의 컴퓨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게임은 지금까지의 어떤 게임과도 다른 독특한 것이었다.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지인들과 힘을 모아 만든 게임회사 <모장>의 목표는 "더 많은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더 완벽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다.

 

순수한 게임 장인의 성공담이다. 스웨덴이 게임 강국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스웨덴의 게임 산업이 강한 이유 중 하나는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릴 수 밖에 없어서라고 한다.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SW 기업이 생겨나기를 기대해본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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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민음사 펴냄


옛스러운 문장의 느낌이 좋았다. 두꺼운 책 3권 분량임에도 인물 수가 많지 않았고 사건도 복잡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깊고 풍성하게 엮어내는 저자의 솜씨가 존경스러웠다. 좋은 번역이었다 (변역 별4 ★★★★).

'카챠'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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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권 지도

독후감 2014. 5. 2. 22:44

삼국지


많은 인물과 많은 사연들이 얽혀 있는 소설, 삼국지.
이문열의 삼국지 1권을 읽으며 대강의 지도를 정리했다. 나머지 지도들도 정리하고 싶기는 한데, 언제일지 기약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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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알랭드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은행나무 펴냄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있어야 평화를 느끼는 우리는 언제나 불안하다. 평화의 원인이 나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내가 가진 지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지위를 잃을까 불안해 한다. 그래서 결국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인생의 실패자가 될까 불안해 한다.


저자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몇가지 처방을 제시한다. 인생의 실패를 결정짓는 기준을 다른 사람의 인정 여부에 두지말고 자신의 이성에서 찾을 것을 권한다. 즉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힘(철학)을 가지라고 권한다. 그리고 영화, 연극, 문학 속에 등장하는 실패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인간으로서 동정할 것을 권한다. 실패자에게도 나름의 가치가 있음을 느끼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정치적 시도들과 종교적 시도들을 소개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번역도 좋았다 (번역 별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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