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조국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저자가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언론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2009년~2010년은 이명박 정권 (2008년~2013년) 초기였다. 특히 2009년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께서 잇달아 서거하신 해다.

저자의 올곧은 생각과 행동을 느낄 수 있었다. 글에서 느껴진 저자, 조국 장관은 기백있고 인간미 넘치는 선비 형님이었다. 책 중에 삼국지 황개 장군의 고육책을 인용한 구절이 있다. 어쩌면 저자가 불의한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맨몸으로 맞섰던 그때도 황개 장군의 고육책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불의한 검찰과 비열한 언론의 실체를 절감하게 해준 저자와 저자의 가족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단박에 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바라며 조급하게 안달복달하지 말자. 길게 보고 조금씩 그러나 굳세게 걸어가보자.
민주주의는……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 된다. 민주주의는 항상 허약한 정복이며, 따라서 심화시켜야 할 만큼 방어도 중요하다. 일단 도달하면 그 지속적인 존재를 보증할 민주주의의 문턱 같은 것은 없다.
필자는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자처한 황개黃蓋를 떠올렸다. 적벽에서 조조의 백만 대군을 물리칠 화공火攻을 성공시키고자 만신창이의 몸이 되었던 오나라 장수 황개 말이다.
왜 검찰은 검찰 내부의 비리를 수사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뇌물죄 수사에서 보여준 살기 어린 ‘열정’과 ‘집요함’의 반의반만큼도 보여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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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


강원국 지음

메디치 펴냄


저자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스피치 라이터(연설문 작성자)로 일했던 사람이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말과 글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고,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리더라고 결론 내린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여러 연설문과 일화를 소개한다. 두 분 대통령을 추억할 수 있는 독서였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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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는 글. 정의로움도 집요해져야 한다. 물러터진 마음으로는 다음세대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물려줄 수 없다.

 
2011. 5. 26. 목요일
마사오
 
(1)
흔히 '성공의 기본 조건'으로 손꼽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집요함, 치열함, 우직함, 근면 성실....대략 이러한 미덕일 것이다. 이승엽의 좌우명은 "혼을 담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란다. 현대그룹 왕회장은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어둑어둑한 창 밖을 내다보며 "일해야 하는데 왜 해가 안뜨냐"고 속상해 했단다. 어스름한 새벽5시, 기숙사에 들어가 잠든 직원들을 깨우며  "밥 먹고 자라"고 했을 정도로. 이게 (여러가지 의미에서) 사람이냐?
 
무언가에 미쳐서, 혹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처절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자가 그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인 듯 하다.
 
그렇게, 보통사람이라면 혀를 내두를 만한 자기절제와 자신이 설정해 놓은
목표에 무섭도록 몰입하여 돌진하는 잉간들이 어디 그리 흔한가. 그것도 능력이다. 아주 큰. 그런 능력이 없는, 일반적인, 고만고만한 우리네 모습은 어떨까? 참여정부시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고올라가는 부동산가치에 입이 찢어지는 처사촌을 보며 십이지장이 아려왔던 군상들이 "나도 한입만!" 을 외치며 뉴타운 열풍에 몸을 맡기지 않나. 그냥 좀, 쉽게쉽게 가고 싶었던 게다. 날로 먹고 싶었던 게다.
 
무심히 충용무쌍의 글을 읽다가 문득 몸서리쳤다. 임기 말, 정권을 빼앗기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분위기에서 노무현은 "이번에 저쪽에 한번 주면 그 다음엔 우리가 계속 한다."고 했단다. 하지만 정작 노무현은 씨만 뿌리고 손을 털었다. 결과만 보자면 스스로 손을 털었지만 천하의 노무현이 쓸쓸히 떠날 수 밖에 없도록 몰아간 '외부의 힘'을 우린 모두 똑똑히 알고 있다.
 
총수가 '사내다움'에 반했던 대장부 노무현, 그 당당한 기백이 무너진거다. 충용무쌍의 말마따나 노무현에겐 든든한 '갑옷'도 없었지만 우리, 이 타이밍에서 방어자가 아닌 공격자의 자세를 생각해 보자. 흔히 노무현을 떠올릴 때 거대한 수구기득권의 힘에 맞서 치열하게 싸운 투사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지만 난 정작 그들이 '거대한 힘'을 땅따먹기 하듯이 얻었다고 생각치 않는다. 그 치열함, 그 집요함, 그 부지런함.
 
그럼 '그들'은 누굴까.
한나라당? 조중동? 건희대제? 반만 맞는 말이다. 나머지 반은 누구일까?
 
얼치기 고졸 노무현이 민주당 대선후보를 꿰찼을 때 등에서 비수를 꽂은 민주당 후단협을 보라. 이명박 치하에서 좀 많이 바쁘신 듯 좀체 얼굴 뵐 일이 없는 최장집교수님이 노무현에게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넌 빠져" 라고 갈하셨던 일을 떠올려 보라. 행정복합도시에 어긋장을 놓고 '관습헌법'을 치켜든 헌법재판소를 보라.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이라고 단순화 시키기 힘든 카르텔의 적나라한 속살이 언뜻 비치지 않나?
 
그들은 실제로 탄핵이라는 방법으로 두달가까이 노무현을 정치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어버린적도 있다. 노무현은 청와대에 들어갈 때 이미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그렇게 비장한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거다.
 
 
(2)
돌이켜보면 노무현은 어이가 없을만치 수미일관한 사내였다. 대선후보 단일화를 보라. '단일화? 정몽준하고?' 당신은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하지만 받았다. 탄핵? 열린우리당에 말했단다. "저들이 탄핵을 실행해도 막지 마라."  해볼테면 해보라는게다. 그러자 노무현 퇴임 후, 그들은 노무현의 뒤를 좇았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이미 저들은 이겼으므로. 그럼에도 뒤를 추격했다. 즉, 애초에 죽이는 게 목적이었단 말이다. 노무현은? 늘 그랬듯 "그래? 그럼 죽어주마!"
 
왜 그토록 집요했을까. 왜 노무현을 죽여야만 했을까. 대체 왜? 그냥 미워서??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주는 거 없이 미워서???
  
'상징'을 없앤거다. '깃발'을 태운거다. 다신 허튼 꿈 꾸지 못하도록. 우리 같이 갑옷 없는 자들이 기어오르지 못하도록.이 얼마나 치밀한가. 이 얼마나 집요한가. 다시는, 정말이지 두번 다시는 권력을 놓치기 싫은거다.자신이 얻고자하고 이루고자 하는 바를 향한 피 터지는 노력. 우리가 상대하는 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최종보스인 것이다.그리고 노무현은 죽었다.
 
혹자는 노무현의 비장한 최후를 두고, '신의 한수'를 뒀다고 하지만 그건 결과론에 불과하다. 분명히 노무현은 패배했다. 죄를 지은거다. 우리쪽에서 무등 태운 대마가 자기 스스로 말에서 내려오면 안되는거다. 끝까지 저 사진의 표정처럼 늠름하게 서서 꿋꿋하게 버텼어야 했다.  
 
너무 가혹한가.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깃발에는 깃발의 숙명이 있는거다. 받아들였어야 했다. 노무현 집권내내 한나라당이 벌였던 일을 다시금 떠올려 보라. 온갖 정책의 비토에서부터,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합심하여 결행한 탄핵, 환생경제로 대표되는 온갖 조롱과 멸시, 경멸과 증오. 5년동안 단 하루도 쉰 적이 있고 거른 적이 있던가.
 
하루가 뭐냐. 단 1분 1초도 쉬지를 않았다.
 
그 치열함이 지금의 민주당을 위시한 야4당에 있나? 없다.
 
조중동은, 한나라당은, 검찰은, 방통위는, 청와대는, 재벌은, 입법, 사법, 행정, 우리를 둘러싼 그 모든 것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로 '그들'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는다. 그 집요함, 그 치열함, 그 성실함을 무슨 재간으로 당해낼건가.
 
'노무현따위'라는 그네들 특유의 자존심일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것은 '이익'일 것이다.전여옥여사의 재산증식을 보라. 온나라가 다 망해 간다며 피를 토하듯 경제정책을 성토하는 뒷춤에서 열심히 주식투자로 목돈 만드셨다. 유인촌 전장관은 엔화 투자로 재미 좀 보셨단다.
 
권력이 없을 때에도 열심히 노력하고, 권력을 얻었을 때 더 치열하게 노력한다. 쉴 틈이 없다. 어차피 신문이야 지들 편. 방송을 장악하고 인터넷을 길들인다. 민주주의고 나발이고 인권이고 나발이고, 천년만년 해쳐먹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거추장스런 것들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제거해 나간다.
 
노혜경시인이 쓴 글귀이던가.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우리가 아니라 저네들이 그러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잘. 
 
 
(3)
그렇게 우리는 '이명박'이라는 희대의 풍운아를 얻었다. 저들의 끝간데 없는 탐욕, 그리고 그 탐욕과 욕망을 향한 지독스런 노력. 그 정점이자 아이콘이 바로 이명박인게다. 우리가 아무리 '전과14범이 대통령입네' 이죽거리고 비아냥거려도 저들 눈엔 그게 진짜 훈장인거다.  소통? 하품 나오는 소리하고 자빠졌다. 목구녕이 포도청이고 자손만대가 내 여하에 딸려있다. 1분1초를 허투루 쓸 수 있겠나. 4대강을 파고 '비지니스 프렌들리'하는 거다.
 
그러다 무지렁이 같은 것들이 꼴사납게 징징거리면 시장통 누비며 어묵 한줄 잡수시고 사진 촬영 해주신다. 그 결과, 사람은 굶고 쥐는 살찐다.
 
비정규직이 이렇다, 양극화가 저렇다, 삶의 질이 이렇다, 보편적 복지가 저렇다…… 체감경기 최악이고 물가인상 대박이고, 주변에서 곡소리가 한껏 드높다.
 
가계부채와 부동산폭락, 저출산으로 인한 초고령화 사회의 쓰나미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 깔끔하게 터지는 일만 남은 핵폭탄이 된 지 오래라고 한다.
하나같이 찌들어가는 인생들. 물론, 그 중심에는 내가 있다.
 
4대강 속도전으로 십수명이 죽었단다. 난 죽은 그들이 2007년에 누굴 찍었을까 몹시 궁금하다. 구제역으로 초토화된 축산업자들은 과연 누굴 찍었을까. 일주일동안 수돗물이 끊겨 지옥을 경험한 구미시민들은 누굴 찍었을까. 옥상에서 몰이꾼에게 당하는 짐승처럼 맞은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어제오늘 뉴스꺼리였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용산 철거민들은, 그 많은 다치고 죽고 내쫓긴 이들은 과연 2007년에 누굴 찍었을까.
 
그리고, 드디어, 우리 또한 저들에 전염되어, 저들과는 같을 수 없는 우리만의 '이익'에 눈을 떴다.비싸게 배웠다. 이제 투표란, 그저 시간 나면 하는 게 아니라 내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임을 알았다.애들은 우리가 함께 거둬 먹여야 하며, 대학등록금은 반값이어야 하며, 치료는 무료로 받아야 한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주제에 '염치'라는 건 알아서 그동안 눈치보며 내 몫을 주장치 못했던 잉간들이 '염치'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그냥 거져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을 돌려 달라는 채권자의 인식을 가진게다.더 갖고 싶다고 떼 쓰는 게 아니라 응당 받아야 할 내 몫을 요구하는게다. 이거, 엄청난 진보이다. 
 
이러한 5천만의 집단학습효과, 이명박이 아니고 누가 이룰 수 있으랴.
 
이명박은 진정한 '대한민국 성공'의 '신화적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에서 만족한다면 금새 저들에게 역전당하고 말리라.앞서 이야기한 저들의 끈기와 노력과 집요함과 성실함을 곱씹자. 우리는 저들보다 더 탐욕스러워야 한다. 더 치열하게, 더 성실하게, 더 집요하게 정당한 내 몫을 갈구해야 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난 '저들'의 치열함과 성실함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나 또한 결코 질 수 없다는 각오로 신발끈을 질끈 고쳐 맨다.결코 정당한 내 몫을 포기하지 않고 당당히 요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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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 대통령

궁시렁 2010. 5. 23. 19:34

저는 그림 속 두분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대단한 국민이질 못합니다.
그래도 제가 할 일을 잊지 않고 계속 하려 합니다.
두분 대통령께서 편히 쉬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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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런 정치인 없었고 없을 것이라는 그리움... 뭐 그런게 파도친다. 남들은 봉화 몇번씩 찾아가 얼굴이라도 봤다던데, 난 아이 데리고 한번 가보리라 벼르기만 하다 말았다. 소시민 주제에 대통령을 어떻게 지켜준단 말인가? 다만, 신문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꼬투리로 그를 험담할 때, 난 상대하기 귀찮은 마음에 방관했다. 그게 죄스럽다. 조리있게 말 한마디라도 던졌으면 그에 대한 악다구니가 좀 수그러졌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국민을 왕으로 생각했다.
본문 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충성이 깊었기에, 선거구 조정과 연정을 제안했지만, 그것은 왕의 이해를 넘어서는 일이었기에, 왕에 대한 불충이었기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반성하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왕은 국민을 이른다. 가진 것이라고는 알량한 선거권 밖에 없는 무지렁이 국민들을 왕이라 인정해주는 정치인이 앞으로도 또 있을까? 왜 우리는 그런 그를 그토록 모질게 대했을까?

책의 전반부는 미완의 회고록이다. 목차만 세워놓고 대부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목차만으로도 큰 기대감을 갖게한다. 그가 살아 책을 완성해주었다면 우리 사회에 큰 도움 됐을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임기말을 앞두고 가진 몇차례 인터뷰에 대한 기록이다.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성공과 좌절, 노무현 대통령 못 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학고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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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2022-11-06
정훈 작가님이 별세하셨다. 작가님과 같은 시대를 살 수 있어 좋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남기남’ ‘씨네박’ 탄생시킨 만화작가 정훈 별세…향년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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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궁시렁 2009. 5. 23. 22:09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다.
그와 함께 희망했던 시간들이 그립다.


희망공부

                   정희성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줄까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께서 목숨을 끊으셨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변호사였다.
그는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헌신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재화의 분배, 권력의 분산, 그리고 자주국방을 위해 헌신한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그는 겸손한 이웃이었고, 든든한 어른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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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사과문

궁시렁 2009. 4. 9. 09:00
(http://member.knowhow.or.kr/board/view.php?start=0&data_id=166036)

사과드립니다.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습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저를 신뢰하고 지지를 표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미리 사실을 밝힙니다. 지금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입니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할 것입니다. 그리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에 관하여도 해명을 드립니다. 역시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퇴임 후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성격상 투자이고, 저의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았고, 실제로 사업에 투자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9년 4월 7일

노 무 현


법을 어긴 것이 있으면 법대로 처벌 받으면 된다. 당당하게 고백하고 처벌 받는 모습도 역사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힘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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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이명박 대통령님,
기록 사본은 돌려드리겠습니다.
사리를 가지고 다투어 보고 싶었습니다.
법리를 가지고 다투어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람권을 보장 받기 위하여 협상이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버티었습니다.
모두 나의 지시로 비롯된 일이니 설사 법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감당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퇴직한 비서관, 행정관 7-8명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습니까?

내 지시를 따랐던, 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록은 국가기록원에 돌려 드리겠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먼저 꺼낸 말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한 끝에 답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한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거듭 다짐으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으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씀을 믿고 저번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보도를 보고 비로소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때도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속실장을 통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처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를 미루고 미루고 하더니 결국 '담당 수석이 설명 드릴 것이다'라는 부속실장의 전갈만 받았습니다.

우리 쪽 수석비서관을 했던 사람이 담당 수석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내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은 내가 잘 모시겠다."
이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 만큼, 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내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가다듬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록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가지러 오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통령기록관장과 상의할 일이나 그 사람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국가기록원장은 스스로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정을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본 것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해 놓은 말도 뒤집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의 드리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기록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리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맞는 열람의 방법입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 문화에 맞는 방법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그렇게 하실 것입니까?
적절한 서비스가 될 때까지 기록 사본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정말 큰일이 나는 것 맞습니까?

지금 대통령 기록관에는 서비스 준비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까?
언제 쯤 서비스가 될 것인지 한 번 확인해 보셨습니까?
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나의 국정 기록을 내가 보는 것이 왜 그렇게 못마땅한 것입니까?

공작에는 밝으나 정치를 모르는 참모들이 쓴 정치 소설은 전혀 근거 없는 공상소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기록에 달려 있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우리 경제가 진짜 위기라는 글들은 읽고 계신지요? 참여정부 시절의 경제를 '파탄'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섭니다.
하느님께서 큰 지혜를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7월 16일
16대 대통령 노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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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내게 영원한 대통령입니다

오늘이 지나면 대통령 노무현은 자연인 노무현으로 돌아온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 선거에 이겼다고 언론을 도배하고 인수위가 참여정부 접수한다고 할 때만 해도 억장이 무너진다거나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거나 마음이 허전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오늘 새벽은 마음이 왜 이리 허전할까? 어제 늦은 저녁 MBC가 방송한 노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를 봐서 그런 걸까? 아니면 2004년 나를 길바닥으로 내몰았던 탄핵 동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다시 봐서 그런 걸까? 아니면 후보시절 문성근의 명연설을 다시 들어서 그런 걸까?

 
어제 저녁부터 나는 인터넷을 둘러보며 지난 5년간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5년은 노무현의 5년이기도 했지만 나의 5년이기도 했다. 노하우, 서프라이즈, 노하우21, 무브온21을 거치며 쓴 글 목록도 둘러보고 더불어 탄핵 동영상, 문성근 동영상, 유시민 동영상, 기타 등등 노무현과 내가 걸어온 길을 두루두루 둘러봤다.

 
나는 지금 대단히 슬프다.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퇴임한다고 노무현이 죽는 것도 아닌데 괜히 둘러보다 마음은 우울해지고 궁상스럽게 눈가에 이슬도 맺히고,

 
노무현이 언론에 난타 당한 것도 슬프고 국민들에게 인간말종 취급 당한 것도 슬프고 그의 업적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슬프고 노무현 두둔하려고 써갈긴 내 글도 슬프다. 다 슬프다.

 
내 능력이 이 정도 밖에 안돼 노무현 한 명 방어 못하고 무참하게 얻어터지는데 수수방관한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자괴감마저 느낀다.

 
이렇게 괜찮은 대통령이 이렇게 바보 취급을 당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수구 언론의 견제를 당하는 것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사실이 아닌데, 왜곡인데, 거짓말인데, 두 눈 다 뜨고 5년 내내 당하기만 한 노무현이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깝다. 화가 난다.

 
노무현이 잘못한 것은 아군 적군 신경 안 쓰고 자신의 정치철학과 이념을 국정에 현실적으로 반영하려고 한 것 뿐이다.  아군이 하지 말라는데 대북송금 특검하고 이라크 파병하고 대연정 제안하고, 적군이 하지 말라는데 역사 바로 세우기하고 권위주의 청산하고 기득권 불편하게 만들고.

 
욕먹을 것 각오하고 적과 아군이 싫어하는 것 마다치 않으며 임기 마지막까지 국정을 수행한 노무현은 특정 세력이 아닌 모든 사람의 대통령이 되려 노력했으나 적군과 아군은 그 행위가 싫었던 모양이다.

 
모든 것이 노무현 탓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5년 동안 온갖 수모 겪으며 이제 그 임기를 끝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 시간, 내가 자연인 노무현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해 줄 것이 없다. 제대로 지켜주지도 못하고 해 줄 것도 없고, 무기력하게 한숨만 내 쉬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노무현의 모습만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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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바보다. 저런 대통령 다시는 못 만난다. 저렇게 사심 없이 국가와 국민을 사랑한 대통령은 다시 못 만난다. 무소불위의 권한은 쓰는 것 보다 안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국민들은 모른다. 대통령의 권한은 안 쓰면 안 쓸수록 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민주주의가 된다는 것을 국민들은 모른다.

 

박정희 전두환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야 대통령이다, 라는 봉건, 사대주의 의식을 가진 국민들에게 노무현은 사치일 뿐이다. 그들 기준에 노무현은 깜도 아니니까.

 
왜 대통령이 저렇게 힘이 없어? 계엄령 내리고 긴급조치 내리고 체육관 대통령 만들어야 힘이 있는 건가? 사법부 쥐고 흔들고 경찰, 국세청 쥐고 흔드는 것이 힘이 있는 건가? 무엇이 민주인지 선진국인지 모르는 국민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 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그렇게 동경하는 미국의 대통령들이 노무현처럼 통치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되고 민주주의가 된 것이다, 라고 말이다.

 
박정희식, 전두환식이 좋다고 이명박 뽑는 국민 수준이 지속되는 이상 한국의 민주주의, 선진국은 요원하다.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가 나오는 것 뿐이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노무현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수 십년 해묵은 썩은 정치를 순식간에 바로잡고 권위로 가득찬 공무원 사회를 개혁하고 권력기관을 독립시키고 단군이래 최고의 안정적 경제기반을 구축한 노무현의 업적은 그 누가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잘한 것이 그렇게 많은데, 잘한 것 나열하려면 책을 쓸 정도인데 내가 왜 노무현 칭찬에 인색해야 하나. 잘한 것 못한 것 가감승제해도 잘한 것이 훨씬 많은데 꿀릴 것이 뭐가 있나. 언어가 거친 것? 이무리 거칠어도 지금의 이명박 당선자만 한가? 나는 그 누구 앞에서건 너무나도 떳떳하게 노무현 칭찬을 할 수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아나? 왜 된장을 똥이라 하고 똥에 향수 뿌려 된장이라고 하나. 조중동과 수구세력이 아무리 된장을 똥이라고 몰아세워도 된장이 똥이 되진 않는다. 노무현의 정책은 커다란 옹기에 제대로 발효된 진짜배기 된장이며 그 된장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국가의 밑반찬으로 활용될 것이다.

 
좋건 싫건 내일이면 대통령이 바뀐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겐 관심 없고 퇴임하는 대통령에게만 관심 있다면 내가 너무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것인가? 하지만 좋은 걸 어떡하나. 싫은 건 싫은 거고.

 
퇴임하는 사람에겐 여전한 기대를 하고 있지만 취임하는 사람에겐 기대할 것이 전혀 없는데, 유일한 기대라곤 경부운하 파지 말라는 것, 사고 치지 말고 참여정부가 하던 정책 그대로 따라하라는 것, 그것 밖에 없는데.

 
나는 월요일 날 텔레비전을 절대로 보지 않을 것이다. 취임식만 쏠리지 봉하마을 소식은 보도도 안 할 것 아닌가. 시간이 허락한다면 서울역에 나가 노대통령 귀향하는 모습이라도 먼 발치에서 보며 손 흔들어 주고 힘찬 박수를 보내줄 생각이다. 그것이 내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에게 보내는 존경과 경의의 표시이다.

 
기차 타고 내려가는 대통령에게 서울역 광장에서 난 이렇게 속으로 말 할 것이다.

 

노짱님,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노짱은 내게 영원한 대통령입니다.



                                 by 김찬식
                                   http://www.moveon21.co.kr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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