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알고리즘

 

페드로 도밍고스 지음
강형진, 최승진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수식 한줄 없이 머신러닝을 설명하는 책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서라서 설명이 쉽다. 그런데 설명이 난잡하지 않고 깊이가 있다. 책 말미에서 머신러닝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전망하는데, 저자의 번득이는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멋진 책이다. 번역도 멋졌다 (번역 별 4.0 ★★★★).

 

머신러닝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의 대답이다. 즉 우리는 어떻게 배우는가? 더 나은 방법이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예측할 수 있는가? 우리가 배운 것은 신뢰할 만한가?
당신이 성취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이 막 상호작용을 한 시스템에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이 두 가지를 아는 것이 21세기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첫 단계다. 머신러닝을 가르쳐라. 그러면 머신러닝이 당신에게 봉사할 것이다.
연구란 돌고 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 번 돌 때마다 진보를 향하여 나아가는 나선형에 더 가깝다. 머신러닝에서 그 나선형은 마스터 알고리즘으로 수렴한다.
전환기에는 떠들썩하겠지만 다행히 민주주의 덕분에 행복한 결말이 될 것이다 (투표를 소중히 여겨라. 당신의 가장 귀중한 보물일 것이다). ... 결국 우리는 실업률 대신 고용률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고용률의 감소를 발전의 지표로 여길 것이다. 실업급여는 모든 사람에게 주는 기초 수입으로 대체될 것이다.
머신러닝을 통해 우리가 얻는 가장 큰 혜택은 머신러닝이 배운 지식이 아니라 머신러닝을 가르치며 우리가 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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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기독교

윤정란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미국은 기독교 국가다. 유럽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건너간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다. 그래서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비정상이라 느껴질 정도로 크다. 기독교가 종교의 영역을 넘어 과학의 영역까지 간섭한다. 미국에서 아직도 위세를 떨치는 창조론을 보라. 사실 여기에 '론'을 붙이는 것 자체가 과학에 대한 모독이다.

한국은 미국과 무척 닮은 나라다. 6.25를 거치면서 한국은 미국을 닮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일상의 모든 모습이 한국과 너무 똑같아서 놀란 적이 있다. 심지어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까지 닮았다. 한국도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크다. 이 책은 그렇게 된 역사를 설명한다.

한국 기독교는 반공을 기치로 사회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다. 반공을 기치로 정권을 공고히 하려 했던 이승만 ·박정희와 적극적으로 결탁했다. 이승만의 용병이 되어 제주 4.3사건 당시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것도 한국 기독교(서북청년단)였고, 박정희의 변호인이 되어 쿠테타를 인정하도록 미국 교회를 통해 미국 정치계를 설득한 것도 한국 기독교였다.

우리 역사는 지나칠 정도로 파란만장하다. 역사 책을 읽을 때면 마음이 편하질 못하다. 그런데 우리 역사를 통해 미국 역사가 보였다. 우리 역사만 파란만장한 것이 아니었다. 세계대전과 냉전으로 점철된 인류의 역사 자체가 파란만장했다. 피폐한 인류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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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현암사 펴냄

1905년부터 1906년까지 잡지에 연재했던 소설이다. 1905년 서구열강 러시아와 러일전쟁을 벌이며 자신감이 붙어가던 일본의 사회상을 옅볼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그 전시장에 도후 군이 들어가 구경하고 있는데, 독일 사람 부부가 들어왔다네. 그들이 처음에는 일본말로 도후 군에게 뭘 물어본 모양이야. 그런데 도후 군은 늘 그렇듯이 독일어를 써보고 싶어 환장한 사람 아닌가. ...
하지만 자넨 대학교수도 뭐도 아니지 않은가? 고작 영어 강독 선생이면서 그런 대가들을 예로 드는 건 잡어가 자신을 고래에 비유하는 것이나 다름없네.
아무래도 아름다운 느낌이 드는 것은 대개 그리스에서 발원한 것이니 어쩔 수 없지 않나. 미학자와 그리스는 도저히 떨어질 수가 없네.
나는 주인의 얼굴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무슨 업보로 이런 묘한 얼굴을 가지고 염치도 없이 20세기의 공기를 호흡하고 있는 것일까.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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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돌베개 펴냄

 

저자는 화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이자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던 유대인이다. 책은 저자가 수행했던 화학 실험과 거기 얽힌 저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제목만큼 구성도 특이한 책이다.

길을 잘못 들어서는 사치도 스스로 허락하지 못한다면 스무 살일 자격이 없다.
매우 용기 있게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그 며칠 동안 나는 모든 일을,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인간적인 경험들을 하고 싶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바람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조금밖에 그리고 그것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던 것 같은 지금까지의 내 삶을 저주했다.
실수를 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엄격해진다.

번역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번역 별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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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별점에 관해

독후감 2020. 1. 27. 23:36

독후감을 올리는 책들 중 번역서에 대해서 감히 번역 별점을 매기고 있다. 내가 올리는 독후감의 유일한 정보값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객관적이고자 노력하는 번역 별점조차 사실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책을 읽은 후의 감상에 따라 번역 별점이 영향 받는 것을 스스로도 느낀다. 그냥 '이렇게 느낀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만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별점 의미
5.0 ★★★★★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최고의 번역 별점. 이 점수를 주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4.5 ★★★★☆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최고의 번역.
4.0 ★★★★ 역자에 대한 존경심이 느껴질만큼 좋은 번역.
3.5 ★★★☆ 독서가 힘들지 않은 준수한 번역.
3.0 ★★★ 독서가 약간 힘들지만 이해에 무리가 없는 보통의 번역.
2.5 ★★☆ 나쁜 번역. 이보다 낮은 점수의 번역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장 낮은 번역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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