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1941~) 지음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이 책은 <이기적>이라는 선명한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흥행에 성공했다. <이기적>이라 함은 내가 남보다 잘되려 하는 (더 잘 생존하고, 더 잘 증식하려 하는) 성향을 말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던 것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도 아니다. 이 책은 과학책이다. 윤리책이 아니다).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가 생각하는 <자기>의 보편성에 주목해야 한다. 유전자가 생각하는 자기와 남의 기준을 이해하면 <이기적> 유전자가 그렇게까지 이기적이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유전자가 생각하는 <자기>의 범위는 개체를 초월한다. 이 책에 따르면 유전자는 자기의 복사본 모두를 <자기>라고 생각한다. 내 부모의 몸 속에 있어도, 내 후손의 몸 속에 있어도, 다른 동물의 몸 속에 있어도 같은 복사본을 모두 <자기>로 여긴다. 사람과 침팬치는 99%의 유전자를, 사람과 고양이는 95%의 유전자를, 사람과 바나나는 60%의 유전자를 공유한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유전자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자기>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정말로 내 이웃을 내 몸 같이 생각하는 셈이다).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를 이해함에 있어 <이기적>이라는 특성보다 <유전자>의 연대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을 오독하지 않을 수 있다.

유전자의 증식 본능 하나로 생명체의 진화를 간단히 설명하는 점, 이를 ESS (Evolutionary Stable Strategy, 진화적으로 안정된 생존전략) 개념으로 발전시킨 점이 이 책의 성취다. 특히 게임이론을 진화학 분야에 적용한 ESS 개념을 알게 되어 기뻤다. 제목에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독서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괜찮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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