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다시 읽는 노자

사유하는 도덕경

 

김형효 지음

소나무 펴냄

 

도덕경은 어렵다. 원문 자체가 글자만 쫓아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잘못 해석하기 쉽다. 이 책은 노자의 가르침이 공자의 가르침과 무엇이 다른지 이야기한다. 고전을 논하면서 "좋다"라고 설명하기는 쉽다. 도가(道家)와 유가(儒家)가 "다 같이 좋은 얘기"라고 설명하는 것도 쉽다. 그런데 무엇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어려운 입장을 무릅쓰고 자기 주장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노자의 도(道)는 '택일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선과 악 중에서 선한 것만 고른다거나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중에서 아름다운 것만 고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지점에서 도가와 유가가 갈라진다. 유가는 '좋은 것만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다소 비약을 더해서 말하자면 나와 너를, 나와 세상을 다른 존재로 분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너 없는 나란 존재할 수 없고 세상 없는 나 역시 존재할 수 없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섞여 있는 덩어리다.

 

내가 원하던 도덕경 책을 만난 것 같다. 도덕경 전문을 싣고 번역하고 해설한다. 멋진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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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인생론, 참회록 (합본)


톨스토이 지음

박병덕 옮김

육문사 펴냄


우리의 삶에는 "의미"라는 것이 있을까?
일견 진부하지만 결코 떨쳐낼 수 없는 이 질문을 톨스토이는 진지하고도 성실한 자세로 탐구했다. 우리는 흔히 동물적 자아의 생존이 삶의 전부라고 착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아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적대시하고 주위 생명을 착취한다. 하지만 "혼자만의 행복"도 "영원한 생존"도 절대 불가능하다. 우리는 타인이, 더 나아가 다른 모든 생명이 나와 이어진 존재이며 결국은 나 자신과 한몸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에리히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읽고 글을 배워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톨스토이 인생론>을 읽고도 같은 생각을 했다. <소유냐 존재냐>를 읽었을 때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었다. 사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톨스토이 인생론>을 읽고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은 것 같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인간은 잠시 존재했다가 반드시 사라진다. 하지만 그 짧은 삶 속에 영원한 의미가 있다.


번역이 다소 아쉬었다. 멋진 풍경을 흐린 유리창 너머로 보는 느낌이었다 (번역 별3 ★★★, 읽을만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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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타설

독후감 2015. 1. 31. 12:19

노자타설 (상/하)

남회근 지음
설순남 옮김
부키 펴냄

노자의 도덕경을 강의한 책이다. 강의 원고를 책으로 옮긴 듯하다. 책을 읽으면 실제 강의 현장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도덕경은 지혜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어 있음의 유용함을 이야기한다. 완전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에둘러 갈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공을 이루고나면 물러나야 함을 이야기한다.

또 도덕경은 역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가장 낮고 가장 비천한 자리가 가장 높고 귀한 자리임을 이야기한다. 말하지 않는 가르침을 이야기한다. 의도함 없는 다스림을 이야기한다. 읽을수록 도덕경만의 익살을 느낄 수 있었다.

남회근 선생님은 도가의 가르침과 유가의 가르침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책과는 별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남회근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 한다. 왠지 허전하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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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세번 찢다

계보, 사상, 통념을 모두 해체함


리링 지음

황종원 옮김

글항아리 펴냄


논어는 체계가 없는 책이다. 500여 장(章)의 문장이 앞뒤 연관 관계 없이 묶여 있다. 그래서 처음 읽자면 당황스럽다. 이 책은 중국인 저자가 논어에 시간적, 인물적 체계를 부여해서 다시 엮은 책이다.


제목, '세번 찢는다'는 논어를 '인물' 기준으로 해체하고, '사상' 기준으로 해체하여 설명한 뒤, '성전(聖典)이라는 이미지'도 해체하려 한 의도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신격화된 공자'를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 중국인 저자가 '인간적인 공자'를 강조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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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 펴냄


운명을 '명(命)을 운전(運)한다'고 풀이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에게는 팔자라는 운명이 주어지지만, 인생의 가치는 그것을 어떻게 헤쳐가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능동적인 태도로 운명을 만들어가라고 한다. 음양오행, 십이간지, 육십갑자 등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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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서론>까지의 독후감...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순수이성비판> 백종현 번역본은 필요한 경우 <순수이성비판>의 1판(A판)과 2판(B판)을 모두 표시해서 판본에 따른 변화를 비교할 수 있게 한다. <머릿말>과 <서론>이 그런 경우인데, A판과 B판이 모두 실려 있어 칸트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 내용을 비교하며 독서할 수 있다.

 

칸트는 <서론>을 통해 <순수이성비판>의 체계를 조감하고 <순수이성비판>이 필요한 이유을 제시한다. 인간의 이성은 경험의 세계를 벗어나 <영혼>, <우주>, <신>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칸트는 이성을 사용해서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려 하기 전에, 이성에게 그럴만한 능력(자격)이 있는지 비판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칸트는 경험을 배제한 이성을 <순수이성>이라고 정의한다.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을 통해서 추구하려 한 것은 <순수이성>에게 인식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순수이성의 종합이 가능한지), 그래서 <형이상학>이라는 학문 체계가 가능한 것인지를 비판하는 것이다.

 

서론에서 칸트는 <인과관계>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순수이성의 종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한다.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은 종합적 인식이다. <원인>과 <결과>는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인식의 확장(종합 판단) 없이는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과관계>는 선험적 인식(경험이 배제된 순수한 인식)이다. 우리는 <인과관계>를 필연적인 것이라고 느끼는데, 필연성과 보편성은 선험적 인식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서론>을 읽었다. 진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읽고 있다. 역자의 충실한 번역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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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리라이팅 클래식 007
진은영 지음
그린비 펴냄

 

칸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고 이 책을 들었다. 분명 읽었던 책인데, 그리고 '좋았다'라는 느낌이 기억나는 책인데 내용이 낯설었다. 처음 읽는 기분이었다. 몇가지 개념을 새로 이해했다.

 

선험적 연역 (Deduktion)

선험적 연역은 개인이 오성을 통해 만들어낸 "인식"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객관적 보편성을 갖는지에 대한 칸트의 고찰이다. 이때 연역은 귀납법, 연역법에서의 연역이 아니라 자격심사를 뜻하는 법률용어다.

 

오류추리

오류추리는 "잘못된 추리"를 말한다. 오성은 판단하는 능력이고, 이성은 추리하는 능력이다. 이성은 본능적으로 영원과 초월을 지향한다. 이런 본성 때문에 이성은 종종 잘못된 추리를 내놓는데, 이런 잘못된 추리를 "오류추리"라고 한다.

 

올해 철학 분야 독서의 목표는 칸트다. 일단은 "순수이성비판" 완독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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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독후감 2013. 1. 14. 14:46

칸트 이성철학 9서5제

'참' 가치의 원리로서 이성
백종현 지음
아카넷 펴냄

 

쉽게 읽는 칸트, 순수이성비판

랄프 루드비히 지음
박중목 옮김
이학사 펴냄

 

논어를 읽을 때는 착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칸트를 읽으면서는 똑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칸트는 57세에 10년간의 사색을 담아 순수이성비판을 출간했다.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칸트는 사람이 이성을 통해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을 분명히 밝히려 했다. 칸트는 인간의 이성은 본능적으로 신과 영원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만 인간의 이성으로써는 결코 그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을 논증한다.

 

우리는 대상 그 자체(물자체)를 직접 인식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감각에 그려진 형상(직관)을 기초로 인식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선험적 감성학). 직관은 우리가 선험적으로 갖고 있는 범주와 만나 비로서 인식이 된다 (선험적 논리학). 우리는 이 인식을 "나는 생각한다"라는 근원적 인식에 통합함으로써 이성적 사고를 한다 (선험적 연역). 우리의 이성은 본능적으로 신과 영원에 대한 답을 구하지만, 우리는 직관할 대상이 없는 개념(신 또는 영원)을 올바로 사고할 수 없다 (선험적 변증론).

 

순수이성에 관한 칸트의 사색이 현대의 인지과학과 닿아 있다고 느꼈다.

 

백종현 교수의 "칸트 이성철학 9서5제"는 저자의 직접 저술이다. 치밀한 논리를 치밀한 언어로 설명한다. 좋은 책이다. "쉽게 읽는 칸트 (랄프 루드비히 저)"는 무척 얇은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철학적 키워드에 원어를 병기하는 배려로 이해를 도왔다. 번역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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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독후감 2012. 12. 19. 22:59

철학이란 무엇인가

분석철학의 기초를 쌓은 러셀의 철학 입문서

러셀 지음

권오석 옮김

홍신문화사 펴냄


얇은 철학 입문서. 보통 입문서라고 하면 철학사를 소개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철학의 의의, 철학하는 방법, 철학이 다루는 문제들을 소개한다. 철학이 사색의 대상으로 삼는 우주가 위대하기 때문에 우리의 정신도 위대해지며 우주와의 통합이 가능해진다는 구절이 좋았다. 번역은 칭찬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해를 방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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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복음 강의

독후감 2012. 7. 30. 21:59

도마 복음 강의

예수의 잃어버린 가르침을 찾아서


오쇼 지음

류시화 옮김

청아출판사 펴냄



도마 복음은 카톨릭으로부터 공인 받은 4대 복음서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초기 카톨릭 교단의 인위적인 첨삭이 덜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고 여겨진다. 이 책은 도마 복음을 근거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도마 복음은 예수님을 신의 아들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은 스승으로 소개한다.


우리의 마음에는 신이 존재한다. 우리는 신이 될 수 있는 존재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다. 욕망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섬기면 자유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 욕망의 노예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얻을 때 우리는 신과 하나가 된다.


저자는 존재의 본질에 관한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유머로 설명한다. 훌륭한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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