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탈을 쓰고 너희에게 나타나지마는속에는 사나운 이리가 들어 있다. 너희는 행위를 보고 그들을 알게 될 것이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딸 수 있으며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딸 수 있겠느냐?"(마태복음 7장 15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상과 거짓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노합니다. 주권재민을 힘껏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를 마음에 품고 오로지 기도에 집중하기 위해 사제들이 오늘까지 이렇다 할 의견표명과 행동 없이 침묵 중에 지냈으나 이제 그런 절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하건만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들끓는 국민여론을 제압하기 위해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려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로써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먼저 보수언론의 폐해를 지적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입니다. 정론직필의 본분의 버리고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뒤집는 언론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정책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국민을 속이고 있는 현실은 더욱 큰 불행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순진하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의 궤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낸 것뿐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금번 쇠고기 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도 울분을 터뜨릴
일이지만, 높이 받들고 깊이 새겨야 할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미국에 충성하려 드는 맹목적 사대주의도 딱한 일이거니와 오늘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재앙은 무엇보다도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숭배에서 비롯했음을 지적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공락하는 드높은 자존감입니다.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입니다.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복음 1장 5절)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까지 촛불을 지켰던 민심을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청정한 수도자들과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 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원천봉쇄와 강경진압 그리고 오늘 아침에 벌어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압수수색과 체포 따위로 진실을 어둠에 가두려고 하겠지만 이런 모진 마음 때문에 국민이 받은 상처와 모욕은 더욱 깊어만 갈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에게 호소합니다.


1. 국민은 너그럽습니다. 대통령은 우선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 고시를 폐하고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선언하길 바랍니다.


2. 먼저 들으셔야합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랍니다.


3. 국민은 현명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이를 보증할 검역주권입니다. 일부 언론이 쇠고기 문제를 친미와 반미,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으로 몰아감으로써 핵심을 왜곡하지 말아야 합니다.


4. 과잉 폭력진압을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대책회의 구속자들을 전원 석방하십시오. 그리하여 존엄을 바라는 국민의 상처를 씻어주길 바랍니다.


5. 국민 여러분에게도 호소합니다.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입니다.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신앙인에게 호소합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2008년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진은 한겨레 신문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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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의 대한민국

궁시렁 2008. 6. 29. 14:10

청와대 "촛불시위 좀 더 단호히 대응할 방침"
SBS | 기사입력 2008.06.29 08:06

<靑 국정운영 스타일 일대변화 예고>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6.29 06:21 | 최종수정 2008.06.29 09:13

실제 한승수 총리는 지난 26일 쇠고기 고시 시점에 맞춰 두번째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정체성에 도전하는 불법 폭력시위에 엄격히 대처하겠다"면서 예전에 들을 수 없었던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국정운영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이 어느정도 정리되면 국가정체성 확립과 경제살리기라는 두가지 국정기조를 정책으로 옮기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국정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선진국들은 다 시위진압에 최루탄 쓴다"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06.29 05:17

`촛불집회' 주최단체 간부 첫 구속(종합)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6.28 17:15 | 최종수정 2008.06.28 17:45

경찰, 女 시위대 또 '발'로 구타 · 곤봉세례(종합)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6.29 01:41 | 최종수정 2008.06.29 03:39

李대통령, 라이스 장관 포옹하며 반갑게 맞아
뉴시스 | 기사입력 2008.06.28 17:41

유인촌 장관, 비공개로 조선일보 사과방문
데일리서프 | 기사입력 2008.06.27 19:39 | 최종수정 2008.06.29 13:10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조선일보를 방문해 전날밤과 새벽 촛불집회 참가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한 조선일보를 위로하고 사과했다.



저들(이명박 정부)에게 있어 국민은 과연 무엇일까?
통치의 대상? 훈육의 대상? 지치도록 놔두면 금방 잊어버릴 덜떨어진 무엇?
섬김이나 소통의 대상은 분명 아닌 것 같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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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politics/assembly/view.html?cateid=1018&newsid=20080527102714587&cp=yonhap&RIGHT_COMM=R1

<`촛불시위'에 다시 시름잠긴 與>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5.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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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 며칠 새 서울 도심에서 연일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지면서 분위기는 반전했다. 이번에는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공안정국 회귀'라는 비판도 받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나서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조직적 배후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위는 조금 지나면 수그러들 것"이라면서 "쇠고기 협상이 잘못됐다고 국민이 얘기하는 것은 존중하지만, 정치 세력이 개입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지금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는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주동자 없이 진행되고 있다. 주동 세력 없이 몇만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광장에 모이고, 구호를 외치고, 행진을 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하는 것이 배후 타령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렇다.

국민은
국민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자기 국민의 건강이 위태로와지는 사태를 감수하면서,
쇠고기 수입 개방 카드를 캠프데이비드 숙박권과 홀라당 맞바꿔 먹은
이명박 대통령의 가치 판단에 어처구니 없어 하는 것이다.

국민은
중국인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인 폭력 시위에는 침묵으로 대응하면서,
자기 국민의 평화 시위에는 가차 없는 무력과 처벌로 대응하는
이명박 정부의 가치 판단에 어처구니 없어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지나온 100일의 시간이 100년처럼 느껴진다. 하루도 사건 없이 지나온 날이 없었고, 하루도 '오해'라는 해명 없이 지나온 날이 없었다. 지금 거리에 나서는 국민들은 정당하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시건방진 담화문에 담긴 독선에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누군가의 사주대로 움직이는 물건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분노하고, 행동하는 인격체다. 뜬금 없이 머슴이라면서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황송한 말은 집어치우고, 그냥 동등해도 좋으니 사람 취급이나 해줬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의 배후 원인은 온전하게 이명박 정부다. 인간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행태가 분노할만 하지 않은가? 지금 국민은 조용히 말로 해서는 도저히 들은 척도 안하는 정부에게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제발 말 좀 들으라"고...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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