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기독교

윤정란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미국은 기독교 국가다. 유럽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건너간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다. 그래서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비정상이라 느껴질 정도로 크다. 기독교가 종교의 영역을 넘어 과학의 영역까지 간섭한다. 창조론을 보라. 사실 여기에 '론'을 붙이는 것 자체가 과학에 대한 모독이다.

한국은 미국과 무척 닮은 나라다. 6.25를 거치면서 한국은 미국을 닮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일상의 모든 모습이 한국과 너무 똑같아서 놀란 적이 있다. 심지어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까지 닮았다. 한국도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크다. 이 책은 그렇게 된 역사를 설명한다.

한국 기독교는 반공을 기치로 사회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다. 반공을 기치로 정권을 공고히 하려 했던 이승만 ·박정희와 적극적으로 결탁했다. 이승만의 칼이 되어 제주 4.3사건 당시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것도 한국 기독교(서북청년단)였고, 박정희의 변호인이 되어 쿠테타를 인정하도록 미국 교회를 통해 미국 정치계를 설득한 것도 한국 기독교였다.

우리 역사는 지나칠 정도로 파란만장하다. 책 읽는 동안 마음이 편하질 못했다. 그런데 우리 역사를 통해 미국 역사가 보였다. 우리 역사만 파란만장한 것이 아니었다. 세계대전과 냉전으로 점철된 인류의 역사 자체가 파란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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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화국 경제사

 

전강수 지음
여문책 펴냄

 

해방이후 우리나라 경제사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 집중한다.
"땅이 아니라 땀으로 부자가 되는 자본주의"를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이 무척 건전했다.
재밌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같은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부동산 정책과 미처 몰랐던 그 정책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모든 문장이 흥미진진했다.

 

자본주의에도 나름의 윤리가 있음을 알게 됐다. 근면한 노력과 검소한 절약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건전한 자본주의 윤리다. 부동산을 점유해서 불로소득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땅이 아니라 땀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옳다.

 

노력소득의 차이 때문에 빈부격차가 생길 때는 사회가 그것을 용인한다. ... 반면 불로소득이 빈부격차의 주된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많은 사람이 거기에 불만을 품는다. ... 거기서 부자는 헛된 부러움이나 경멸의 대상이 될 뿐이다.

 

토지공개념은 불로소득 차단,환수 효과를 발휘해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를 실현한다. 이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진정한 자본주의다.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모두 조세 부담이 너무 가벼워 부동산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결함을 안고 있었다. 보유세 강화와 시가 상응 과세 실현은 우리나라 부동산 조세 정책의 중대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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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유럽 경제사

우리가 알지 못한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

 

양동휴, 김영완 지음

미지북스 펴냄

 

경제를 중심으로한 중부유럽과 동부유럽의 역사 이야기다. 독일의 중부와 동부, 그리고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같은 중부, 동부유럽은 서부유럽과 조금 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

사실 '서양'은 유럽의 일부인 서유럽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양은 서양(Occident)가 아니라, 라인 강 서쪽(the West)을 뜻한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서부유럽과 달리 중부유럽과 동부유럽은 봉건시대까지 사람이 살지 않다가 나중에 개척된 곳이다. 그래서 서부유럽보다 봉건 질서가 견고하지 못했고 역사의 발전 궤적이 달랐다.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이 생각했던 것보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어진 도시 발전의 역사와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를 알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 세계에서 펼쳐진 경제적 실험의 내용을 알게 됐고, 자본주의 세계에서 펼쳐진 복지국가 개념의 배경을 알게 됐다.

 

워낙 몰랐던 내용들이다.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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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 펴냄


열하일기 해설서다. 김혈조 번역의 열하일기 1,2,3을 읽고서 고미숙 작가의 이 책을 읽었다. 열하일기를 제대로 읽었는지, 읽은 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고미숙 작가는 연암이라는 인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연암의 삶과 사상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해설한다. 연암과 다산을 비교한 짤막한 글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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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돌베개 펴냄


연암 박지원(1737~1805)은 1780년 청나라 건륭 황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에 끼어 중국에 다녀온다. 연행 당시 연암의 나이는 44세였다. 그 때의 기록이 열하일기다. 매일매일의 날짜, 날씨, 행적을 기록한 글이 반절이고 (그래서 열하 '일기'), 특별한 만남이나 감상을 따로 기록한 글이 반절이다.

청나라는 만주족이 한족을 정복하고 세운 나라다. 여행길에서 연암은 만주족과 한족 이외에도 몽고, 일본, 유구(오키나와), 서번(티벳), 섬라(태국)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만난다. 열하일기 속의 청나라 황제는 조선 사신을 각별히 배려한다. 조선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컸다. 고구려가 수나라를 격파한 사실이 중국에 두려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듯 했다.

지나는 지역, 만나는 인물을 순서대로 나열한 기행문이어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문장의 논리적인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애 쓸 필요가 없는 것이 편안했다. 무엇보다 연암 스스로가 소탈하고 유머 넘치는 인물이어서 그가 만드는 사건과 나누는 대화가 모두 재밌었다. 책 중간중간 사진이 많았는데 전자책 단말기로는 느낌이 안 살았다. 읽는 내내 종이책으로 볼 걸 하는 아쉬움을 가졌다. 번역 좋았다 (번역 별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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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


카이사르(BC100~BC44) 지음
김한영 옮김
사이 펴냄


카이사르가 직접 쓴 8년간의 갈리아 전쟁 기록이다 (BC 58 ~ BC 50).
전쟁의 결과로 카이사르는 많은 부족들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고 갈리아 지역을 완전히 정복했다. 이 책은 당시 로마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BC 50년경).

카이사르의 로마군은 시종일관 월등한 전투력을 보였다.

첫째로 로마군은 세밀한 전투체계를 갖췄다.
행군의 경우에도 보통행군, 강행군, 최강행군을 구분했다. 보통행군은 5시간에 25킬로미터를 행군하는 것이었고, 강행군은 7시간에 30킬로미터를, 최강행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의 거리를 행군하는 것이었다. 또 척후병 체계와 보고 체계도 잘 갖추고 있었다. 혼란한 전투 중에도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수집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둘째로 뛰어난 공병기술과 무기기술을 갖췄다.
로마군의 전투는 진지구축 공사로 시작했다. 유리한 위치에 탄탄한 진지를 구축하고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 로마군의 방식이었다. 로마의 적들은 하룻밤 사이에 커다란 다리를 짓고 허무는 로마군의 능력에 경악했다. 로마군의 투석기, 토루, 엄호차 같은 무기도 당시의 첨단 병기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셋째로 카이사르는 군대와 소통했다.
카이사르는 작전을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 그는 작전을 설명했다. 자신의 예측과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전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왜 싸워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아는 그의 군대는 무적이었다.

편안하게 독서할 수 있는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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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의 세계사


이영숙(1967~) 지음
창비 펴냄


엄마가 작중 화자다. "엄마가 옷장을 열어보니 청바지가 있네? 청바지를 처음 입던 미국 개척시대의 역사를 들어볼래?" 하는 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학생 정도의 눈높이에 맞춰서 세계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흔하지 않은 이야기여서 일반 성인이 읽어도 재밌다. 200쪽 약간 못미치는 부담 없는 두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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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 이야기

서정오 글
현암사 펴냄


우리 옛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들을 백과사전처럼 소개한다.

인정 많고 흥 많은 신들의 이야기가 짤막짤막하게 이어진다. 건국신, 천상신, 저승신, 이승신, 군신, 집지킴이신, 열두띠신들을 소개한다. 백과사전처럼 읽다보면 뭔가 거대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책의 부제가 '문화원형 창작소재 활용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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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신화로 말하다

현경미 글,사진
도래 펴냄


인도에서 4년간 생활했던 저자가 흰두교의 신들과 인도의 관광지들을 소개한다. 반얀나무 사진과 타지마할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기대보다는 내용이 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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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펴냄


<총, 균, 쇠>와 비슷한 거대 역사서(빅 히스토리)다.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역사서지만 인류의 진화에 관한 현대 과학의 성과도 잘 설명하고 있다. 과학책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인류는 수십억년간 생물학적 진화를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200년 남짓 동안의 문화적 진화가 인류의 생활 양식을 철저하게 바꾸어 놓았다. 이제 인류는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도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우리는 지금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내용은 <총, 균, 쇠>만큼 진지했지만 문장은 <총, 균, 쇠>보다 유쾌했다.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멋진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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