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상징/ 칼G융

독후감 2011. 10. 30. 00:35
카를 G. 융 외 지음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펴냄

칼 G 융과 그의 동료들이 공동 저작한 책이다.
융은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있는 조화를 추구했다. 융은 이 책을 통해 무의식, 특히 집단 무의식의 정체와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종교적 상징, 예술적 상징에는 인간의 무의식이 녹아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상징 (신화, 기호, 그림, 건축 등)에 공감한다. 이는 모든 인간이 무엇인가 공통된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 개인의 무의식 속에는 인류가 진화를 통해 누적해온 모든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극단적으로 상상하자면 한 개인의 무의식 속에는 인간이 무생물, 원시 생물, 원시 포유류를 지나 마침내 지금의 인간으로 변화해 오기까지의 모든 역사가 담겨있다. 한 개인은 다른 인간들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들과, 그리고 나아가 모든 무생물들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다. 길가의 돌맹이 하나도 나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무의식의 심연을 너머 나와 연결되어 있는 나의 일부분이다.
인간은 무의식을 대면해야 한다.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주어진 삶의 의미를 깨닫고,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 종교? 아니다. 정신분석학이다. 과학이다.

도전하기가 두려울만큼 두께가 두껍고, 주제가 가볍지 않은 책이다. 두꺼운 책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두렵다. 중간쯤 읽다가 포기하기 쉽상이다. 이책도 무척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기가 더 어려울만큼 재미 있었다. 삽화가 많고 번역이 좋아 읽기 편했다. 이윤기님의 번역이다.




Posted by ingee
,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베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나이듦에 대해 알고 싶었다. 편안한 수필을 기대하며 책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이듦에 대한 책이 아니다. 기억에 관한 심리학/인지과학의 연구성과를 소개하는 책이다. 다양한 연구 성과 17편을 소개한다.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는 그중 한편의 제목이다. 꽤 진지하고 학술적인 글이다. 기대와 달랐다. 낚였다.

사람의 기억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다. 무의식 속에서 더해지고 변형된 편집물이다. 기억이 잠재의식에 의해 조작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기억속에 자기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사실 그대로의 기억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기억에 관한 고찰은 개인의 존재에 관한 고찰과 맥이 닿는다. 기억이란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무엇이다. 존재에 관한 고찰은 언제나 흥미롭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Posted by ingee
,

그다지 잘난 삶을 살지 못한 나에겐 과거의 기억들이 무척 불만스럽다. 때론 과거의 기억 한토막을 곱씹으며 분노나 후회에 휩싸이곤한다. 아직 이룬게 없는 나는 항상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미래에 이뤄야만 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현재의 일분 일초를 어떻게 써야할까 초조해하곤 한다. 이 책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한다. 과거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내주지 말라고 한다. 과거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조금 더 알게 됐다. 내 안에는 끊임 없이 이어지는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 생각과 감정은 다른 것이다. 때로는 정체만 알아도, 이름만 붙여도 흐릿한 상황이 정돈된다. 이 책은 생각과 감정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주지 말고 한발짝 물러서서 어떤 생각이 흘러가는지 어떤 감정이 솟구치는지 관찰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관찰하고 있는 진정한 자신을 느끼라고 한다. 흠잡을 데 없는 번역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노혜숙, 유영일 옮김
양문 펴냄


Posted by ingee
,

저자의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를 좋게 읽었다. 신뢰할 수 있는 저자의 공감가는 제목의 책이라 주저 없이 골라 들었다. 이 책은 어른으로 산다는 것, 나이를 먹어가는 것, 죽음을 준비하는 것 등에 대해 조언한다. 저자의 주장을 나름대로 요약하자면, '욕심 부리지 말고, 잘 흘려보내라'가 될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좋다. 하지만 꽤 다른 제목인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와 겹치는 내용이 많다. 전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굳이 또 읽을 필요 없을 것 같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혜남(정신분석 전문의) 지음
갤리온 펴냄


Posted by ingee
,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윌리엄 새들러 지음
김경숙 옮김
도서출판 사이

 

1st 에이지는 10대, 20대의 학습 기간이다. 2nd 에이지는 30대의 왕성한 활동기다. 3rd 에이지는 40대 이후 노년까지의 시간이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노년이 4th 에이지이다. 불과 백년전만 하더라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40세 안팍이었다. 평균 수명이 80세에 이른 지금, 서드 에이지는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간이 됐다. 이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마흔 이후에도 "살아가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듯이 나이 들면서 "죽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언젠가 읽었던 "나는 학생이다"라는 책이 생각난다. 그 책의 저자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도 "공부할 수 있었기에" 삶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을 수 있었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비슷하게 이 책도 나이 들더라도 도전과 성장을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저자는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에서 중년을 주제로 연구해온 학자라고 한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인터뷰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내 처지와 비슷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만날 수 있었다. 더구나 잘나갈 때의 인터뷰 뿐만 아니라, 잘나가던 사람이 삶의 역경에 부딪혀 비틀거릴 때의 인터뷰도 함께 소개한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었다. 번역도 나무랄데 없이 깔끔했다.

 


Posted by ingee
,

사랑이 힘들어서 책을 들었다.
김혜남의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저자는 정신분석 전문의라고 한다. 느낌이 좋았던 구절들을 발췌한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사랑을 그만둘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무섭고 슬픈 일인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결코 나이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이 축복받는 사랑이 될지, 축복받지 못하는  사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에게 그걸 선택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외로움을 동반한다. 외로움이란 상대방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심리분석가 '헬레네 도이치')

현대인은 뭔가 결핍된 나르시시스트들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의 사랑은, 상대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투영된 자신의 이상형을 사랑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공감하고 사랑하는 능력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서 실망스러운 점이 발견되면 곧 극심하게 분노한다.

정신분석 치료를 시작할 때 환자에게 으레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배우자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좌절을 견디는 능력, 적어도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이 있음을 말해 준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에게는 원래부터 한국어로 저술된 책이 잘 읽힌다.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서술하는 저자의 능력이 부러웠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막연했던 답답함이 해소되었다.

 


Posted by ingee
,
김영사 출판
조숙환 지음

김영사가 기획한 '지식인 마을' 시리즈의 31번째 책이다. 스키너와 촘스키를 주인공으로 세워서 인간의 인식체계에 대한, 대립되는 두개의 주장을 제시하고 설명한다. 저자의 자상한 설명도 좋았고 참신한 체계가 주는 재미도 좋았다. 시리즈를 섭렵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스키너는 인간의 언어능력이 학습에 의해 습득되는 후천적인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촘스키는 인간의 언어능력이 유전자에 새겨진 타고난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판결나지 않았지만, 현재 과학계의 주류 의견은 언어 능력의 생득설이라고 한다.

번역서가 아니라 한국인 저자가 직접 지은 책이다. 그래서 한글로 제시하는 예시가 어색하지 않고 생생하다.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된다. 좋은 책이다.


Posted by ingee
,

융 자서전

독후감 2009. 7. 27. 08:42
융은 프로이트와 함께 정신분석학의 토대를 닦은 중요한 인물이다. 정신적 문제의 모든 원인을 오로지 性(성)으로만 풀이하는 프로이트보다는 문제 원인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융이 더 설득력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집단 무의식'의 정체가 궁금했다. 지식이 얕기에 비전공자로서 쉽게 접할 수 있어 보이는 그의 자서전을 골랐다. 하지만 자서전으로 그의 학문적 성취를 들여다보는 것은 무리였다. 다만 그의 정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무의식이 그에게 있어 어떤 의미였는지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융이 말하는 집단 무의식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다른 책을 더 찾아 보아야 할 것 같다.
번역은 나쁘지 않았으나 좋지도 않았다. 문장이 매끄럽기는 한데 알맹이를 빼먹은 느낌이다. 역자의 잘못이 아니라 원서가 원래 그런지도 모르겠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책이다.

카를구스타프 융 구술
A.야페 편집
조성기 옮김
김영사

Posted by ingee
,
벼르던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점들이 마음에 들었다.
인간의 의식을 "무의식", "전의식", "의식"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설득력 있게 설명한 점.
꿈의 생성 매카니즘과 자기 검열에 의한 꿈의 왜곡 매카니즘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 점.

반면, 이 책의 다음과 같은 점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꿈을 분석하는 논리가 지극히 자기 본위인 점.
꿈을 해석하는 논거가 오로지 "性(성)"으로 귀결되는 점.

그리고, 번역이 조금 아쉬웠다.
용어가 낯선 사람을 위해 한자나 원어를 병기하는 친절을 조금 더 베풀어줬으면 좋았을 뻔 했다. 대부분의 전문 용어가 아무런 설명 없이 출현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본문중에 "꿈의 사고"라는 말이 느닷없이 나오기 시작하는 데, 이것이 "꿈 속의 사건(event)"를 말하는 것인지 "꿈 속의 생각(thinking)"을 말하는 것인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원본이 아니라 요약본이다. 표지는 멋있다. 프로이트의 카리스마 넘치는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008
무의식의 세계를 열어젖힌 정신분석의 보고 "꿈의 해석"
프로이트 저, 이환 편역

Posted by ing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