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독후감 2017. 5. 4. 07:53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돌베개 펴냄


국가가 무엇인지, 누가 국가를 다스려야 하는지, 국가는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국가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풍성한 인문고전 사례를 동원해서 논한다.

책을 읽는 내내 민주주의(民主主義)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 생각났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국민들의 의지가 <사람 사는 세상>으로 결실 맺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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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미래

조영태 지음
북스톤 펴냄


인구 변화 통계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전망한다.

대한민국은 베이비붐 시절에 매년 100만명의 인구가 태어나던 나라였다. 지금은 매년 40만명의 인구가 태어난다. 우리는 급격한 저출산과 급격한 노령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아래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디로 갈까? 혹시 지금이 하던 일을 멈추고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간 아닐까?

집값이 오를까/내릴까?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켜야 할까/말아야 할까? 같은 절실한 질문을 던진다. 속 시원한 답은 없었지만 <인구>를 매개로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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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북스피어 펴냄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들을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다.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에 기반한 소설이다.

거짓말 1.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 작전'은 거짓말이었다. 언론은 사고 당시 500 여명의 잠수부들이 구조활동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 현장에 있던 인원은 25 명 남짓이었다.

거짓말 2.
'에어포켓'은 거짓말이었다. 온 국민이 실종자들의 생존을 바라며 마음을 졸이던 그 시간,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들의 목적은 구조가 아니라 수습이었다. 처음부터...

거짓말 3.
'국가의 책임'은 거짓말이었다. 잠수 수칙을 준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활동한 댓가로 민간 잠수사들 대부분이 잠수병을 얻었다. 그 때문에 생업을 잃었음에도 국가는 최소한의 치료비 지원도 중단했다.

실종된 학생들 때문에, 고생한 잠수사들 때문에 독서하는 내내 울었다.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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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펴냄


<총, 균, 쇠>와 비슷한 거대 역사서(빅 히스토리)다.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역사서지만 인류의 진화에 관한 현대 과학의 성과도 잘 설명하고 있다. 과학책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인류는 수십억년간 생물학적 진화를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200년 남짓 동안의 문화적 진화가 인류의 생활 양식을 철저하게 바꾸어 놓았다. 이제 인류는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도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우리는 지금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내용은 <총, 균, 쇠>만큼 진지했지만 문장은 <총, 균, 쇠>보다 유쾌했다.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멋진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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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문학동네 펴냄


뉴스는 종교다. 사람들은 이제 아침 저녁 기도에 바치던 시간을 뉴스에 바친다.

그런데 세상의 많은 소식들 중에서 뉴스를 고르는 권력이 언론에 의해 독점되어 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서 뉴스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뉴스 사용법 (The News, A User's Manual)" 이라는 원제가 책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하는 것 같다.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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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을 권리

리퀴드 러브

현대의 우울과 고통의 원천에 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권태우, 조형준 옮김

새물결 펴냄


사랑에 대한 달콤한 내용인줄 알았다. 하지만 시대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였다. '러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리퀴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든 것이 유동적인 '난민'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하지 않을 권리', '현대의 우울과 고통의 원천에 대하여'라는 부제들은 책 내용과 별 상관이 없었다.


역자가 2명 이상인 책들 중에서 부실한 번역을 자주 접하는 것 같다. 또 한번 그런 경우를 겪었다. 이제 어떤 선입견이 생기려고 한다. 저자의 주장과 문체는 높게 평가하지만 번역은 별로다. 아주 엉망은 아니다. 중간 중간 울컥하게 만드는 불편함을 몇 번 넘길 수 있다면 읽을만 하다 (번역 별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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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씀

창비 펴냄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했던 학생들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 길에 사고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 이야기다. 유족들의 기억을 통해 전해 듣는 학생들은 한명 한명 모두 착하고 아름다왔다. 우리 사회는 공들여 키운 304 명의 보석 같은 아이들을 잃었다. 경제 발전을 이루고 민주화를 이루어 이제는 선진국이 됐다고 자부했던 대한민국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1년이 넘도록 왜 사고가 발생했는지 왜 구조를 못했는지 알지 못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잊어서도 안된다.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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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슬픔과 기쁨


정혜윤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2005년 쌍용자동차는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다. 2009년 1월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를 법정관리 신청한다. 2009년 4월 8일 쌍용자동차는 2,646명의 정리해고안을 발표한다.


이 책은 지금(2015년 5월 현재 기준)까지 복직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에 대한 기록이다. 77일간의 파업. 파업 기간 동안 있었던 산자(해고되지 않은 사람)들과 죽은자(해고된 사람)들의 싸움. 해고자들의 잇단 자살과 대한문에 세워진 분향소. 송전탑 위에서의 투쟁. 희망 퇴직자, 무급 휴직자, 정리 해고자, 징계 해고자들의 사연과 입장...


쌍용차 해고자들이 싸움을 멈추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쌍용차 정리해고를 초래한 <급박한 경영상의 이유>에 대해 경영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반면, 노동자들은 해고됐다. 파업 기간 동안 있었던 충돌에 대해 경찰과 <용역>에게는 어떠한 처벌도 없었던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징역과 벌금(47억원)이 부과됐다.


또 하나, 이것은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땅의 젊은이들은 <정규직> 자리 하나 꿰차기가 쉽지 않다. <비정규직>을 전전할 뿐이다. 반면 정치권은 <정리해고>를 더욱 쉽게하는 법률을 논의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해고된 이후 생존할 수 있는 변변한 <복지>도 없다.


모두가 같이 잘 사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합리적인 논의와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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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신광영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87년까지의 한국사회는 국가에 의해 저임금, 고성장 정책이 주도되던 시기였다. 모두 못살던 시기였지만 불평등은 심하지 않았다. 87년부터 10년 동안은 민주화와 노동운동이 강화되면서 노동자 소득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소득 불평등도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96년 김영삼 정부가 OECD 가입을 서둘면서 외환 규제를 완화했고 이로 인해 97년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이때부터 IMF가 제시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게 됐고 극심한 양극화가 촉발됐다. 지니계수는 사회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편리한 지표이다. 불평등이 적은 유럽은 0.20 대이고 불평등이 심한 남미는 0.40 대이다. 한국은 1996년 0.295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지만, 2000년 0.352로 악화됐다. 경제위기 이후 4년동안 소득 불평등이 무려 19% 나 증가한 것이다.

 

현재(2007년)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비정규직, 고실업 같은 문제는 소위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2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장년층과 고령층에서 더 심각한 문제이다. 이들은 동원할 수 없는 권력 자원도 없고 복지 정책을 통한 국가의 지원도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에서 노조 조직율과 복지비 지출 비중이 형편 없이 낮은 수준이다. 소득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경제 정책이 시급하다.

 

21세기를 아시아의 시대로 전망하는 학자들이 많다. 우리가 서구 사회 모델을 대신할 대안이 되려면, 지금 직면하고 있는 저임금과 불평등, 억압적인 기업 문화, 낙후된 복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올바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남과 북, 자본가와 빨갱이, 영남과 호남, 늙은이와 젊은이, 남자와 여자 같은 소모적 혐오를 그만 두고, 모두가 살 수 있는 변화를 논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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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황정은, 배명훈, 황종연, 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4년 4월 16일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록이다. 여러 작가의 짧은 글들을 모았다. 사건의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는 작가들의 힘을 느꼈다.


책의 제목은 박민규 작가의 글에서 따왔다.

박민규 작가는 세월호 참사를 국가의 범죄로 규정한다.

"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을 의미하는 반면 '사건'은 의도적인 범죄를 뜻한다. 우리는 교통사고를 교통사건이라 부르지 않으며, 살인사건을 살인사고라고 부르지 않는다."


전규찬 작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이 "이미 죽어 말을 할 수 없는 죽은 자들을 대신해 산 자들이 자임해야 하는 의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세월호 참사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지워진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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