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경제의 흐름을 읽는 눈

진화경제학 (Mind of Market)

 

마이클 셔머 지음

박종성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진화론을 전공한 과학자가 쓴 경제학 책이다.

 

경제학이 과학으로써 인정 받는데 실패한 이유는 경제학 분야에서 확고부동한 물리법칙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경제학은 물리학보다 생태학과 유사한 분야다. 끝 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시장이라는 MEME(인간이 만든 모든 것. 즉, 문화)이 진화한다는 측면에서 경제학은 진화론과 맥이 통한다.

 

경제 제도의 진화론적 유래에 대해 설명하지만 정작 경제 현상에 관한 설명은 얼마 없다. 그래서 경제학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진화론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두껍지만 재밌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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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까치글방 펴냄


재치 넘치는 유쾌한 문장으로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설명한다. 양자역학에서 부터 진화학까지 서로 별 관계 없어 보이는 주제들을 일관된 문체로 설명하는 저자의 솜씨가 감동스러웠다. 번역도 무난했다 (번역 별4 ★★★★).


인간이 멸종시킨 생명들을 소개하는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인간이 존재해야할 당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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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에 관한 눈부신 지적 탐험

거의 모든 것의 미래


데이비드 오렐 지음

이한음 옮김

리더스북


전구가 발명되기 전, 별이 가득찬 밤 하늘은 우리에게 감동의 대상이었다. 별의 움직임은 미래를 일러주는 신비한 이야기 같았다.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예측하면서 인류는 과학을 발전시켰다. 케플러,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의 관찰을 거쳐 드디어 인류는 뉴턴을 얻었다. 뉴턴은 우주의 움직임과 사과의 움직임을 하나의 공식으로 설명해냈다. 뉴턴의 공식 덕분에 우리는 적절한 초기 조건만 있으면 우주의 미래를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결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계 속에서 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두려워하던 혼돈이 찾아왔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내놓은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이론은 결정론적 세계를 무너뜨렸다. 물질은 결정적이면서 비결정적이었고, 유한하면서 무한했으며, 단단하면서 부드러웠다. 빛의 본질은 파동이자 입자였다. 들숨과 날숨처럼 이들은 통일된 역학적 과정의 두 측면이었다.


생명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도록 진화해왔다. 예측 가능한 생명체는 자연계에서 도태되고 만다. 기후, 건강, 경제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생명체처럼 수 많은 피드백(feedback) 고리들로 연결된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혼돈계(chaotic system)와 복잡계(complex system)는 다르다. 혼돈계는 초기조건에 극히 민감하지만 강력한 계산능력을 동원할 수 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복잡계는 아무리 강력한 계산 능력을 동원하더라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결국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은 없다"라는 사실 뿐인지도 모른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약 450 페이지)의 책이다.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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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의 의미론

자기란 무엇인가


타다 토미오 지음

황상익 옮김

한울과학문고 펴냄


외부로부터 침입한 병균(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서 스스로를 치료하는 체계를 면역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자기'와 '비자기'를 구별해서 '비자기'를 없애는 것이 면역이다. 그런데 '자기'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자기'와 '비자기'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규명하는 것이 현대 면역학의 난제라고 한다.

요즘 부쩍 나의 정체성('자기'에 대한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과학이라는 의외의 분야에서 나의 고민과 맞닿는 질문이 존재함을 알게 됐다. 독서를 통해 멋진 질문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그 답을 얻지 못해도 그렇다.

작고 얇은 책이다. 의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번역한 것 같다. 좋은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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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독후감 2013. 5. 26. 20:39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 펴냄


동의보감은 우리에게만 유명한 책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베스트셀러였다. 동의보감은 병의 목록과 치료법을 건조하게 나열한 매뉴얼 같은 책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방법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동의보감에 대한 소개서이다. 동의보감의 구성과 일부 내용을 발췌해서 소개한다. 저자의 자상한 이끔 덕분에 동의보감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졌다. 동의보감을 익혀 나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가벼운 병을 치료해주면서 늙어가는 모습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저자의 요즘 관심사는 몸(건강)과 명(命, 운명)이라고 한다. 다음에는 운명에 관한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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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종의 기원

독후감 2013. 2. 11. 17:12

그래픽 종의 기원

Charles Darwin's On the Origin of Species

마이클 켈러 글

니콜 레이저 풀러 그림

이충호 옮김 

장대익 감수




우선 다른 책의 어색한 이 문장을 보자.

싹은 성장을 통해 새로운 싹을 만들고 그들의 세력이 강하면 다시 가지를 쳐서 모든 방면에서 다른 연약한 가지들을 능가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큰 나무'도 세대를 거듭하면서 죽어서 떨어진 가지로 지각을 채우고, 계속 분기하는 아름다운 가지들로 지표를 뒤덮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종의 기원", 동서문화사, 송철용 옮김, 145 P)

그리고, 유려하게 번역한 이 책의 같은 문장을 보자.

새순은 자라면서 다시 새순들을 낳고, 그 중 활기차게 자라는 새순은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옆에 있는 약한 가지들보다 더 빨리 자란다. 이런 식으로 생명의 거대한 나무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죽거나 부러진 가지로 지각을 채우고, 영원히 갈라져 나가는 아름다운 가지들로 지표면을 뒤덮는다. (그래픽 종의 기원, 87 P)

'종의 기원'처럼 중요한 책엔 좋은 번역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만화다. 세밀한 그림을 곁들여 다윈의 "종의 기원"을 훌륭하게 요약한다. 번역도 내용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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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지능

공감의 시대를 위한 다윈의 지혜

최재천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최재천 교수는 통섭을 설파하는 분이다. 다른 분야의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자기 분야의 연구도 잘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와 책 제목을 보고 다윈의 마인드로 다른 분야를 통섭하자는 내용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온전히 다윈이론에만 집중한다.


저자는 '자연선택설'이라고 부르지 말 것을 주문한다. 다윈이 제시한 자연선택에 관한 설명은 150년간의 혹독한 검증을 통해 이미 가설(hypothesis)의 단계를 넘어 이론(theory)의 지위를 획득했으며, 그래서 '자연선택론' 또는 '자연선택 원리'로 불러야 옳다고 한다.


그리고 진화는 어떤 목표점을 향해 앞으로 진행해가는 개념이 아니라, 환경에 맞춰 생명이 변화하는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진화의 결과물인 생명 사이에는 하등과 고등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며,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


진화론에 관한 여러 갈래의 연구 동향과 서적들도 소개한다. 기회가 닿으면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여럿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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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은행나무 펴냄


생명이란 무엇일까?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는 뚜렷한 기준이 있을까?

그런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니었구나, 왠지 안심 되는 기분? DNA 발견의 긴박한 순간들을 설명한다. 책 중에서 DNA 발견자 크릭의 '열광의 탐구'라는 책을 소개하는데, 언젠가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저자는 스스로가 생명 과학자다. 저자의 연구 경험과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생명은 순환하는 흐름 속에 놓인 존재다. 생명은 자연에서 음식물을 섭취하고, 섭취한 음식물은 생명의 몸과 피가 된다. 그리고 생명이었던 물질은 배설된다. 단단한 껍질 속에 싸여있는 독립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생명의 바다 속에서 흘러가는 물방울 정도의 독립성만 갖고 있을 뿐이다.


무리 없이 편안한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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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독후감 2012. 3. 26. 00:16
'생명의 큰 나무'도 세대를 거듭하면서 죽어서 떨어진 가지로 지각을 채우고, 계속 분기하는 아름다운 가지들로 지표를 뒤덮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145 P)
아름답지 않은가? 생명의 나무는 종의 기원에 실린 유일한 삽화다. 큰 나무에서 뻗어나온 무성한 가지처럼, 생명이 다양한 종으로 분화되어가는 족보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와 떨여져 있는 저쪽 가지 끝 무언가도 나와 이어져 있는 같은 뿌리에서 뻗어나온 생명이다. 신선한 감동을 느꼈다.
 
무식한 고백이다. 이 책, 처음 읽었다. 책을 읽기 전에 오해한 것이 있다. 이 책이 종의 기원을 설명하는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고 결론을 요약하자면 '종이란 건 없다'. 신의 의지에 의해 소는 소라는 종으로, 개는 개라는 종으로, 돼지는 돼지라는 종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여 생명이 변화된 형태가 소이고 개이고 돼지인 것이다. 더구나 종이라는 것이 영원불변한 무엇도 아니다.

이책은 끊임 없는 환경의 변화와 이로 인한 생명의 끊임 없는 변화를 설명한다. 끊임 없는 변화를 설명하는 점에서 주역을 읽는 듯 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생명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하는 점에서 경영서나 병법서를 읽는 듯 했다. 그리고 생명의 나무라는 아름다운 개념을 설명할 때는 문학서를 읽는 듯 했다.

번역이 아쉽다. 아무리 정성껏 읽어도 태반이 이해 못할 난문이다. 이런 책은 국가적 차원에서 힘을 기울여 제대로된 번역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의 기원
다윈 지음, 송철용 옮김, 동서문화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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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만화 2권


로지코믹스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글
알레코스 파파다토스, 애니 디 도나 그림
전대호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러셀의 삶을 통해 수학사의 큰 줄기를 쉽게 설명한다. 공들여 지은 작품이다.


파인만

짐 오타비아니 글
릴런드 마이릭 그림
이상국 옮김
서해문집 펴냄

파인만이란 인물을 재미있게 소개한다. 로지코믹스만큼의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다. 나쁜 책이 아니었지만 내가 로지코믹스를 먼저 읽었다는게 이책의 불운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내겐 로지코믹스가 조금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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