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Some Politicians Are More Dangerous Than Others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보고서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교양인 펴냄

 

어느 정신의학자가 있었다. 그는 살인율과 자살률 데이터를 조사하던 중 묘한 패턴을 발견했다.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살인율과 자살률이 예외 없이 증가했고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예외 없이 감소했던 것이다. 저자는 데이터에 근거해서 그 이유를 탐구한다.

 

투표로 집권하는 정부는 자신의 지지자를 대변하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공화당 정부의 지지기반은 고용주들이다. 그래서 고용주들을 대변하는 공화당 대통령은 실업률을 높이는 정책을 선택한다. 실업률이 높은 상황이 고용주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살인율과 자살률이 높아진다. 실업으로 인해 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 그리고 실업으로 인해 자긍심을 잃은 사람들은 자살하기 쉽다.

 

선거는 장난으로 할 일이 아니다. 비열한 언론이 부추기는 '벼락거지'라는 말에, '여가부폐지'라는 말에 휘둘려 분풀이하듯 2번 후보를 찍을 일이 아니다. 합법적인 정치 수단으로 가진 거라곤 투표권 하나밖에 없는 99%의 대한민국 국민은 신중하게 자신의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 선거는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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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력비판

Kritik der Urteilskraft

 

임마누엘 칸트(1724~1804)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19개월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있을까?'였다. 이 책을 읽은 보람도 그 질문이었다. 이제 철학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 철학은 가치에 대한 고민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질 리 없지만, 이 책을 읽은 시간은 '무엇이 중요한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판단력비판』은 1790년, 칸트 나이 66세에 출판됐다. 아카넷 백종현 번역은 역자의 '판단력비판 해제' 100쪽, 판단력비판 2판의 번역 450쪽, 판단력비판 1판의 '서론' 덧붙임 70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2판 번역이 끝나는 지점에 1판의 서론이 덧붙여져 있는데, 독서를 마무리하면서 내용을 되돌아보는 데 도움 됐다. 역자의 배려라고 느꼈다.

 

칸트의 생각에 영향을 준 그 시대 인물들을 연표로 그려 보았다.

칸트는 뉴턴 역학이 제시하는 물리법칙의 확실함에 매료됐던 듯 하다. 그리고 수학에 대해서도 깊은 조예를 보이는데 이는 오일러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 책 곳곳에서 동시대의 철학자였던 흄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반론을 펼친다. 그리고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천재성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책 어딘가에 천재에 대해 길게 설명하는 챕터가 있었다.

 

책을 사서 쟁여둔 지 10년 만에 칸트의 비판 시리즈를 완독했다. 『순수이성비판』에서 칸트는 인간의 지성이 현실 속에서 무엇을 인식할 수 있는지 비판한다.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인간의 이성이 무엇을 의욕 해야 하는지 비판한다. 『판단력비판』에서는 인간의 판단력이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비판한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의욕 해서 현실화시키는 존재다. 우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존재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다.

p559 §91
우리는 도덕법칙이 우리에게 궁극목적으로 부과하는 것에, 그러니까 우리에게 의무를 지우는 것에 맞게 우리가 처신하는 한에서만, 우리 자신을 그러한 궁극목적으로 간주할 수 있다.

 

10년 전 이 책을 살 때는 '절판되기 전에 쟁여두자'는 생각으로 샀다. 하지만 이 책은 쇄를 거듭하면서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 이런 좋은 번역서가 만들어지고 또 잘 팔린다는 사실에서 칸트 철학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단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200년 넘는 시간을 넘어 칸트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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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역사

Work: A History of How We Spend Our Time

 

제임스 수즈먼 지음
김병화 옮김
RHK 펴냄

 

인류의 거대한 역사 속에서 일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생겨나고 변화했는지 설명한다. 인류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역사란 인간이 걸어온 발자취다. 어떻게 보면, 역사에는 의도된 기획도 줄거리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이 하는 일은 무엇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것이다.

 

평소 독서하던 호흡보다 긴 시간 동안 회사 사람들과 함께 읽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일이 아닌 주제(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고른 주제가 '일')를 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다.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 무난한 번역이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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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빚은 유럽 맥주 이야기!

그때, 맥주가 있었다

 

미카 리싸넨, 유하 타흐바나이넨 지음
이상원, 장혜경 옮김
니케북스 펴냄

 

이제 편의점에서 캔맥주 집어 올 때 아는 이름 발견하는 재미가 생길 것 같다.

1. 맥주와 교회의 동맹
생 푀이엥 트리플
국적: 벨기에
유형: 에일
알코올 함량: 8.5%

2. 오줌싸개 동상이 내뿜는 것은?
칸티용 괴즈
국적: 벨기에
유형: 램빅
알코올 함량: 5.0%

3. 홉, 종교 개혁에 이바지하다
아인베커 우어 보크 둔켈
국적: 독일
유형: 보크
알코올 함량: 6.5%

4. 농부와 술집을 그린 화가들
린데만스 파로
국적: 벨기에
유형: 램빅
알코올 함량: 4.5%

5. 30년 전쟁의 승리를 이끈 우어 크로스티처
우어 크로스티처 파인헤르베스 필스너
국적: 독일
유형: 필스너
알코올 함량: 4.9%

6. 유럽을 향한 러시아의 갈증
발티카 No.6 포터
국적: 러시아
유형: 포터
알코올 함량: 7.0%

7. 맥주, 과부와 고아들을 구제하다
르꼬끄 포터
국적: 에스토니아
유형: 포터
알코올 함량: 6.5%

8. 미식가 장교
올비 산델스
국적: 핀란드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4.7%

9. 철로를 달린 맥주 두 통
레데러 프리미엄 필스
국적: 독일
유형: 필스너
알코올 함량: 5.1%

10. 루이 파스퇴르의 맥주 연구
위크브레드 베스트 비터
국적: 영국
유형: 에일
알코올 함량: 3.3%

11. 코펜하겐의 메디치 가문
칼스버그
국적: 덴마크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4.5%

12. 맥주의 힘을 빌려 북극으로
링그네스 임페리얼 폴라리스
국적: 노르웨이
유형: 보크
알코올 함량: 10.0%

13. 발사 중지! 맥주를 가져 왔다
그랭 도르주 뀌베 1898
국적: 프랑스
유형: 에일
알코올 함량: 8.5%

14. 비어할레의 선동가
레벤브로이 오리지널
국적: 독일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5.2%

15. 맥주에서 나온 외교력
베를리너 킨들 바이세
국적: 독일
유형: 밀맥주
알코올 함량: 3%

16. 투르 드 프랑스와 맥주
크로넨버그 1664
국적: 프랑스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4.5%

17. 옥스퍼드 펌의 단골 문인들
그래비타스
국적: 영국
유형: 에일
알코올 함량: 4.8%

18. 맥주, 전투기를 타고 해협을 건너다
스핏파이어 프리미엄 켄티시 에일
국적: 영국
유형: 에일
알코올 함량: 4.2%

19. 이탈리아의 아메리칸 드림
페로니 나스트라즈로
국적: 이탈리아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5.1%

20. 양조장 일꾼, 대통령이 되다
크라코노시 스베틀리 레작
국적: 체코 공화국
유형: 필스너
알코올 함량: 5.1%

21. 폴란드의 맥주 애호가 정당
지비에츠
국적: 폴란드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5.6%

22. 사라예보의 생명수
사라예브스코 피보
국적: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4.9%

23. 켈트 호랑이의 비상착륙
기네스 드래프트
국적: 아일랜드
유형: 스타우트
알코올 함량: 4.2%

24. FC 하이네켄 vs AB 인베브 유나이티드
하이네켄
국적: 네덜란드
유형: 라거
알코올 함량: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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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 펴냄

 

자연과학으로 분류된 책이다. 하지만 추리소설처럼 재밌다. 반전 있는 스토리와 첫 질문을 고수하는 작가의 집요함 덕분이다. 작가는 책머리에서 '어떻게 하면 무의미한 세상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를 끈질기게 탐구한다. 작가는 성공한 과학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서 답을 구하려 했다. 데이비드는 물고기 종을 연구하는 분류학자였다. 그는 가족의 죽음, 동료의 죽음, 지진, 연구실 화재 같은 커다란 재난을 겪으면서도 매번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연구를 계속했다.

(책 33% 위치, '6. 박살')
당신 삶의 30년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무엇이든 당신이 매일 하는 일, 무엇이든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일, ... 그 일에서 당신이 이뤄낸 모든 진척이 당신의 발치에서 뭉개지고 내장이 튀어나온 채 널브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고 상상해보라.

 

우연히 기쁘도록 좋은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땐 자연스레 그 책의 저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 이후 접하는 그 저자의 언행에 실망할 때가 있다. 잠시나마 사랑했던 저자였기에 그럴 때 느끼는 실망감은 더욱 크다. 이 책의 작가 룰루 밀러가 그랬다. 그녀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조사하다 알게 된 사실 때문에 크게 실망한다. 하지만 그 실망 속에서도 자기 질문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나름의 답을 찾는다. 마치 데이비드가 자신의 연구성과를 모두 태워버린 화재를 겪고도 다시 연구를 시작했던 것처럼. 강인하게.

(책 60% 위치, '11. 사다리')
토할 것 같았다. 내가 모델로 삼으려 했던 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던 것이다. ... 자, 이렇게 희망을 놓아버린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하지?

 

저자는 서로를 지켜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관계 속에 답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세상은 여린 꽃들의 장엄한 네트워크다. 그런 네트워크를 찾는 것이, 그리고 거기에 힘을 보태는 것이 인생의 의미다. 이제 화엄경을 읽어야겠다.

(책 67% 위치, '12. 민들레')
나는 자기 방에 혼자 앉아 조용히 나일론 실에 구슬을 하나하나 꿰며, 친구를 위한 깜짝 선물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메리의 모습을 그려본다. 메리가 수용소에서 자신을 보호해준 애나에게 영원히 은혜를 갚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보답하는 그 행위에서 진짜 의미를 발견했다는 것을.
(책 68% 위치, '12. 민들레')
바로 그때 그 깨달음이 내 머리를 때렸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깨달음. 애나가 중요하다는, 메리가 중요하다는 말. 혹은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중요하다는 말.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것이 민들레 법칙이다!

 

아주 좋은 번역이었다 (번역 별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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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창비 펴냄

 

아버지의 늘그막 친구 박선생. 그는 6.25 전쟁 때 빨치산 토벌군이었다. 그리고 그의 형은 빨치산이었다. 그는 자기 손으로 형제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을 안고 '하염없이 사는' 사람이다.

(책 18% 위치)
어느 날 박선생이 느닷없이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상욱아. 너 하염없다는 말이 먼 말인 중 아냐?"

 

나는 매일 밤 남은 의지를 쥐어짜 양치질을 한다. 그러는 이유는 대단치 않은 내일을 맞기 위해서다. 언제까지라고 기약할 수 없다. 다만 반복할 뿐이다. 소소한 의지를 갖고 반복한다. 누구나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의욕하고 반복한다. 일상을 반복하는 것과 체념하는 것은 다르다. 행여나 박선생의 하염없는 삶이 하염없이 체념하는 삶은 아니었기를 바랬다.

 

빨갱이의 딸로 태어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가난한 빨갱이의 딸로 태어나 말로 다 하기 힘든 고단한 인생을 산다. 책에는 그런 고단함이 그닥 나오지 않지만 같은 시기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무리 지으며 주인공은 원망 없이 아버지를 애도한다.

(책 마지막 문장)
아버지의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 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좋았던 글귀를 덧붙여 본다.

(책 51% 위치)
긍게 사람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책 마지막 '작가의 말')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아버지 십팔번이었다. 그 말 받아들이고 보니 세상이 이리 아름답다. 진작 아버지 말 들을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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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좋았던 책

독후감 2023. 1. 11. 08:11

2022년에는 24권의 책을 읽었고, 1권을 읽고 있다. 연초에 칸트의 『판단력 비판』을 읽기 시작했는데 해를 넘기도록 마치지 못했다. 운 좋게 좋은 독서모임을 만나 참석하기 시작했다. 독서모임이 아니었으면 독서의 폭이 더 좁았을 것이다. 분야별로 좋았던 책을 꼽아 본다.

 

철학 분야 : 판단력 비판

철학 분야에서 1년 동안 읽은 게 (정확히는 읽고 있는 게) 이것뿐이다. 이제 조금 칸트 선생님과 대화가 통한다.

 

수학 분야 : 리만 가설

수학 분야에서도 1년 동안 읽은 게 이것뿐이다. 하지만 분명히 좋은 책이다. 수학 분야에서 읽은 책의 수가 많았어도 이 책이 베스트였을 것 같다.

 

과학 분야 : 풀하우스

20년 만의 리바이벌 독서였다. 시간이 지났어도 역시나 좋았다.

 

사회/경제 분야 : 가불 선진국

조국 전 장관님의 사심 없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억해야 할 사람이다.

 

문학 분야 : 쇳밥일지

시원시원 거칠 것 없는 청년의 이야기가 좋았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역사 분야 : 열하일기,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저자가 박지원 선비님을 좋아한다. 팬레터를 보는 느낌이었다.

 

심리/인지과학 분야 :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일 년 내내 읽고 있는 『판단력 비판』은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다. 의도하고 고른 건 아닌데 이 책도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일 년 내내 읽고 있는 책과 연결되며 뭔가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모두 좋은 책이었지만 굳이 한 권을 꼽자면 『리만 가설』이 가장 좋았다. 수학과 물리학을 하나로 꿰뚫는 공식의 존재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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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만나는 논어

공자, 안 될 줄 알면서 하는 사람

 

김경일 글,그림
임종수 감수
도서출판문사철 펴냄

 

사실 논어는 아주 평이한 언어로 기록된 친절한 책이다. 하지만 처음 읽자면 불친절하다고 느끼게 된다. 넘어야 할 벽이 있기 때문이다. 논어에는 시공간과 인물에 대한 소개가 없다. 갑작스러운 시공간에서 누군지 모를 인물들이 난데없는 대화를 펼친다. 어떤 시대에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인물들이 나눈 대화인지에 대해 약간만 더 소개해 줬어도 이해하기가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려 2,500년 전에 대나무 죽간에 기록한 책이라서 그렇다. 매체의 한계 때문에 글자를 아끼고 아껴서 뼈대만 조각해 전했다.

이 책은 논어의 뼈대에 스토리의 살을 입혔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다. 문장에 대한 설명도 좋았고 개성 있는 그림체도 좋았다. 독서를 통해 공자님과 제자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논어 속 문장에 대한 번역도 흠잡을 데 없었다 (번역 별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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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기고 엮음
예담 펴냄

 

 

2010. 9. 14.

평생 그림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민했고, 평생 가난 때문에 걱정했던, 불행한 삶을 살았던 위대한 예술가. 그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 책을 덮을 때 무척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 형편이 된다면 네덜란드에 가서 그의 그림을 직접 보리라.

 

2022. 12. 21.

1853년에 태어난 고흐는 1881년에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다. 그리고 1890년에 자살한다. 겨우 10년간의 활동이었다. 그의 생애 마지막 즈음에 남긴 작품들이 특히 강렬했다. 색이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비전(Vision)을 가진 화가였던 고흐는 내면에 품고 있던 이미지를 마침내 표현해냈다. 그리고 삶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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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

FULL HOUSE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이명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20년쯤 전에 읽고 감동했던 진화론 책이다. 그동안 읽고 싶은 책이 넘쳐났던 덕에 이제야 다시 읽게 됐다.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2002년도에 초판 1쇄가 나왔다. 아직도 쇄를 거듭하며 계속 출간되고 있다. 꾸준히 찾는 독자가 있다는 얘기다. 좋은 책이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다윈과 지금의 시간적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웠다. 다윈은 링컨과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났다 (1809년 2월 12일). 『종의 기원』이 출간되고(1859년) 15년 정도 지나서 미국에서 프로야구가 시작됐다(1876년). 1959년 『종의 기원』 출간 100주년 기념 토론회에 다윈의 손자가 참석했다 (손자의 이름도 찰스 다윈). 우리가 진화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최신 이론이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진화론을 이해 못 했다. 한마디로 진화론에 대해 무식했다. '원숭이가 사람 되는 게 진화론 아냐?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진화가 진보가 아님을, 진화의 목적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님을 철저하게 논증한다. 저자는 인간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을 내려놓으라고 충고한다.

저자의 글솜씨가 빼어났다. 페이지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독서했다. 번역도 좋았다 (번역 별 3.5 ★★★☆).

 

(p322~ p323, 책의 마지막 문단)
다윈의 혁명적인 저서 『종의 기원』 마지막 문장...

정해진 중력의 법칙을 따라 이 행성이 끝없이 회전하는 동안, 아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경이로운 무한한 생물종들이 진화해 왔고, 진화하고 있고, 진화해 갈 것이다.
...
이러한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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