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대우고전총서 019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아카넷 펴냄


철학 교수가 되고 싶던 칸트는
오랜 기다림 끝에 46세 되던 1770년에 비로서 교수직을 얻는다. 그리고 57세 되던 1781년, 10년 동안 집필한 <순수이성비판>을 세상에 내놓는다.

<순수이성비판>은
인간의 인식 능력에 관한 책이다. 인간의 <이성>이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고찰한다. 인간이 <감성>으로 감각한 내용을 <범주>에 따라 분류하고 종합해서 <인식>을 만들어낸다는 칸트의 설명은 <뇌과학>의 성과가 축적된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어색하지 않다. 존경스러운 칸트는 fMRI 같은 계측 장비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이성을 섬세하게 갈고 닦아 인간의 인식 능력을 탐구했다.

백종현의 <순수이성비판> 번역은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있다. 분량과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1권 독서에 7개월, 그리고 2권 독서에 7개월이 걸렸다 ('17년 1월초~'18년 2월말). 오랫동안 읽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엔 공들인 번역의 덕도 컸다. 이정도 수준의 칸트 번역서를 갖고 있는 언어는 몇 안될 것 같다 (번역 별4 ★★★★).

1권은 감성과 지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1권 독후감 참조).
인간이 경험으로부터 인식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원리를 설명한다.

2권은 <이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의 사변이성(생각하는 이성)은 본능적으로 <영혼>, <우주>, <신> 이념을 고민한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사변이성의 능력으로는 이 이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사변이성으로 이 이념들을 이해하자면 모순을 피할 수 없다. 칸트는 이 모순을 순수이성의 오류추리 사례와 순수이성의 이율배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본능적으로
<영혼>, <우주>, <신> 이념을 이해하고자 욕망하지만 이를 이해할 수 없는 무능한 이성을 인간은 왜 갖고 있는 것일까? 칸트는 실천이성에서 인간이 이성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를 찾는다. 인간의 사변이성은 오류투성이다. 하지만, 인간은 실천이성을 통해 <세계 (즉, 우주)>를 도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인간이 실천이성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자면 <영원한 삶 (즉, 영혼)>과 <신성한 의지 (즉, 신)>를 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변이성이 <영혼>, <우주>, <신>을 욕망하는 이유다.
비록 사변이성으로 <신>과 <영혼>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실천이성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신>과 <영혼>을 가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를 가정하더라도 경험적 세계의 객관적 법칙들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사변이성의 무능함을 비판하면서 실천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순수이성비판>은 <실천이성비판>의 거대한 예고편인 것 같다.

차분한 칸트와 열정적인 니체를 읽고 얻은 결론은
모두 <도덕적 삶>이었다. 니체는 신의 도움 없이 삶의 의미를 창조하는 (즉, 도덕을 창조하는) 초인이 되라고 말한다. 그리고 칸트는 도덕적인 삶을 실천하라고 말한다.

이번 독서 덕분에 독서 근육이 강해졌다.
특히나 독서 지구력이 강해진 것 같다. 독서 도중 맥락을 놓쳐서 여러번 반복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이제 <순수이성비판>의 어디를 펴도 흐름 상 어디쯤 위치하는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칸트(1724~1804)는 80세를 일기로 죽기 직전 "Es ist gut (좋다)" 라는 말을 남겼다.
나도 독서를 마치며 비슷한 말을 남긴다. "좋았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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