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신광영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87년까지의 한국사회는 국가에 의해 저임금, 고성장 정책이 주도되던 시기였다. 모두 못살던 시기였지만 불평등은 심하지 않았다. 87년부터 10년 동안은 민주화와 노동운동이 강화되면서 노동자 소득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소득 불평등도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96년 김영삼 정부가 OECD 가입을 서둘면서 외환 규제를 완화했고 이로 인해 97년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이때부터 IMF가 제시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게 됐고 극심한 양극화가 촉발됐다. 지니계수는 사회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편리한 지표이다. 불평등이 적은 유럽은 0.20 대이고 불평등이 심한 남미는 0.40 대이다. 한국은 1996년 0.295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지만, 2000년 0.352로 악화됐다. 경제위기 이후 4년동안 소득 불평등이 무려 19% 나 증가한 것이다.

 

현재(2007년)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비정규직, 고실업 같은 문제는 소위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2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장년층과 고령층에서 더 심각한 문제이다. 이들은 동원할 수 없는 권력 자원도 없고 복지 정책을 통한 국가의 지원도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에서 노조 조직율과 복지비 지출 비중이 형편 없이 낮은 수준이다. 소득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경제 정책이 시급하다.

 

21세기를 아시아의 시대로 전망하는 학자들이 많다. 우리가 서구 사회 모델을 대신할 대안이 되려면, 지금 직면하고 있는 저임금과 불평등, 억압적인 기업 문화, 낙후된 복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올바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남과 북, 자본가와 빨갱이, 영남과 호남, 늙은이와 젊은이, 남자와 여자 같은 소모적 혐오를 그만 두고, 모두가 살 수 있는 변화를 논할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i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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